임직원 간담회서 ‘상석’ 없애고 격의 없는 호칭으로 소통 앞장
지난달 열린 사내 소통 간담회 ‘렛츠 샘물’ 프로그램에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 부회장(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유통 계열사 신임 팀장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대형 유통기업의 계열사 임직원 간담회가 열렸다. 사내 소통 강화를 위해 마련된 이날 회의는 뭔가 다른 모습이었다. 대표가 상석에 앉아 일사불란하게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은 직급 구분 없이 작은 책상을 둥그렇게 모아 앉거나 큰 책상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이어갔다.
이런 회의는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에서는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보수적 분위기의 롯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직적이고 체계적인 조직 문화는 롯데 유통 계열사들을 빠르게 성장시켰지만 지금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각광받는 시대다.
1986년 미국 P&G에 입사해 유통에 발을 들여놓은 김 부회장은 이후 여러 글로벌 기업을 거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그는 총괄대표 취임 전 직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취임 직후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나는 샘 킴이나 김상현 님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경청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임직원들과의 만남을 제안한 것이 티미팅으로 이어졌다.
롯데 유통군의 또 다른 변화는 3월부터 직급 대신 ‘이름+님’을 활용한 호칭을 도입한 것이다. 호칭 도입을 위해 유통군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호칭으로 선정했다.
변화의 바람에는 롯데 신동빈 회장의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올 상반기(1~6월) 사장단 회의에서 혁신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을 강조했다.
롯데 관계자는 “김 부회장은 유통군HQ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통 계열사들도 이런 변화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