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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피해 돈세탁 가능” 北에 가상화폐 기술 전수 2명 기소

입력 | 2022-04-27 03:00:00

美법무부, 유럽인 2명 재판 넘겨
2019년 평양서 콘퍼런스 열어
칠판에 도표 그리며 기술 설명
美 “누구든 제재위반 책임 물을것”



뉴시스


북한에 가상화폐 기술을 불법 전수한 유럽 친북 인사 2명을 미국 연방검찰이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25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지검이 스페인 국적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47)와 영국인 크리스토퍼 엠스(30)를 이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유럽 친북단체 조선친선협회 창립자 베노스와 가상화폐 사업가 엠스는 2019년 4월 평양에서 가상화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콘퍼런스에서 북한에 돈세탁과 국제사회 제재 회피를 위한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기술 사용법을 가르쳤다. 엠스는 참석자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북한에 대한) 어떤 제재나 처벌에도 관계없이 세계 어느 나라에나 돈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칠판에 도표 등을 그려가며 가상화폐 거래가 어떻게 제재를 피해 갈 수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고 참석자들과 개별 질의응답도 진행했다.

두 사람은 미국인 가상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를 콘퍼런스에 섭외해 그의 북한 입국도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베노스는 그리피스의 콘퍼런스 참여에 대한 북한 당국의 동의를 끌어냈고, 엠스는 그리피스에게 “(미 당국이 입국 사실을 모르도록) 북한에서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콘퍼런스 후에도 이 둘은 그리피스와 공모해 가상화폐 추가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고 다른 전문가들을 북한에 소개하려 했다고 미 법무부는 밝혔다. 이들은 2020년 북한에서 두 번째 콘퍼런스를 개최하려 했지만 2019년 11월 그리피스가 미 당국에 체포되면서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피스는 이달 12일 북한을 비롯한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 혐의로 징역 5년 3개월, 벌금 10만 달러를 선고받았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미국은 국제사회 제재를 피하기 위한 북한 정권의 가상화폐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이번 기소는 북한과 공모해 미국 제재를 위반하는 것에 대해 누구든, 어디에 있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등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호주의 한 물류기업이 북한 이란 시리아 등에 대한 미국 독자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납부하게 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이날 보도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호주 ‘톨 홀딩스’가 2013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제재 대상자와 2958건을 거래한 혐의에 대해 벌금 613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