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숍 ‘발란사’ 인스타그램.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
21세기 들어 디지털 세대, 밀레니얼과 Z세대가 패션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꽤 큰 변화를 맞이했는데 그 핵심은 다양성이다. 기존의 성별 역할, 성적 지향성, 인종, 문화권 등의 차이에 대한 편견에 반발하는 기류가 커졌고 패션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맞춰 나갔다. 젠더리스, 유니섹스 룩과 편안하고 실용적인 운동복, 작업복은 남들의 시선과 평가 대신에 각자 중요한 가치를 찾아 나가자는 태도를 담고 있다.
이렇게 다양성은 각자 다른 기준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패션이 그간 추구해 오던 통상적인 기준의 영향력을 줄여준다. 모두가 함께 멋지다고 말할 만한 건 없고 각자의 활동 영역과 취향이 그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러면서 서핑, 캠핑, 러닝, 음악, 잡화점, 빈티지 매장 등 젊은 세대들이 많이 오고 가는 곳에서 자기들만의 옷을 내놓는 로컬 매장이 서울, 부산, 강원도 양양, 제주 등등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 역시 패션 다양성의 한 방향이다.
사실 이런 옷은 매장의 자체 로고나 상징적 그림 같은 걸 그려 넣어 소량 생산한 한정판 티셔츠나 모자가 많다. 일반적 의미의 패션이라고 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는 없는 희소성과, 관심 영역을 드러내는 개성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패션이다. 이런 브랜드들이 성장해가며 차츰 더 복잡하게 생긴 옷을 내놓을 거다. 스투시, 파타고니아, 슈프림 같은 브랜드들은 취미와 취향의 영역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다.
그럼에도 패션은 결국 남과 다른 자기 자신을 탐구해 가는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특화된 소규모 브랜드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세계적인 패션 위크에 등장하는 명품 브랜드나 대기업 브랜드도 있지만 또한 함께 편안히 시간을 보낼 만한 패션도 있다. 각자에게 잘 맞는 제품을 주변에서 찾아내고 입으며 자신만의 취향을 형성해 가는 게, 패션이 부의 과시나 특정인들의 유희가 아니라 평범한 이들의 생활 방식으로도 완전하게 자리를 잡는 게 모두가 패션을 즐기며 살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