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논란] 민주,결국 ‘위장 탈당’ 꼼수로 법사위 강행 처리 탈당 민형배, 안건조정위에 포함… ‘검수완박법’ 자정 넘겨 통과시켜 국민의힘 반발로 격한 대치… 민주, 오늘 본회의 열어 처리 계획
민주당, 법사위 상정 8분만에 표결 처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중재안 가결을 선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중재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이 26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 단독 처리에 이어 전체회의를 열자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며 맞섰다. 민주당이 탈당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포함시키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은 “위장 탈당한 의원을 넣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의 반발로 법사위 회의장 안팎에선 여야가 30분 가까이 격한 대치를 벌였다. 결국 안건조정위에서 중재안은 총 6명 중 민주당 의원 3명과 민 의원 등 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전체회의에서도 민주당은 기립 표결을 통해 속전속결로 중재안을 처리했다. 본회의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국회법이 정한 모든 절차와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수사권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중재안 재협상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치 야합’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국민 여론을 앞세워 재협상을 요구한 것.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추가 논의 제안도 반대하고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며 “최소한 의장 중재안대로 만들 책임이 있는데 과도하게 민주당에 유리한 법안을 만들었다”고 날을 세웠다. 중재안에선 검찰의 별건 수사를 막기 위해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검찰 수사를 금지한다’고 합의했는데, 민주당이 이를 과도하게 해석해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 한한다’는 문구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수적 우위로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
민주, 단독 기립표결로 통과 선언… 국민의힘 “원천무효” 피켓 시위
국힘 “국민 뜻 따라야” 재협상 요구… 민주 “중재안 합의 파기 안돼” 강행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중재안 상정을 시도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26일 저녁 안건조정위원회에 이어 27일 자정 법사위 전체회의까지 잇달아 열고 상정 8분 만에 기립 표결로 중재안을 통과시켰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은 “원천무효”라며 거세게 항의하며 피켓 시위를 이어갔지만 민주당의 수적 우위에 끝내 밀렸다. 민주당은 이르면 27일 본회의를 소집한 뒤 늦어도 29일까지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 법사위 속전속결로 넘긴 민주당
이날 민주당이 중재안을 법사위 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국민의힘은 즉각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광온 법사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민주당에서는 김진표 김남국 이수진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무소속에는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건조정위원장은 관례대로 최연장자인 75세의 김진표 의원이 선임됐다. 국민의힘은 민 의원의 배정을 두고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라고 극심하게 반대했지만 김 위원장은 오후 11시 37분 회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김 위원장을 둘러싸고 강행 반대를 외쳤지만 안건은 회의 시작 17분 만인 오후 11시 54분 의결됐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전체회의까지 곧장 밀어붙였다. 27일 0시 4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한 데 이어 6분 뒤인 0시 10분 검찰청법을 가결하고 11분엔 형사소송법을 가결했다. 법사위는 0시 12분 최종 산회했다. 상정한 지 8분 만이다. 국민의힘은 차수 변경도 하지 않는 등 절차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 기립 표결로 통과를 선언했다. 18명 중 민주당 의원 10명과 민 의원 등 11명이 기립했다.
○ 팽팽한 평행선 끝 민주당 단독 처리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26일에도 ‘검수완박’ 중재안 처리에 대한 견해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채 종일 극한 대립을 이어갔다.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두 차례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끝내 합의가 불발되자 두 당은 각각 ‘맞불’ 의원총회를 열고 서로를 향해 “합의를 파기했다”며 ‘네 탓’ 신경전을 이어갔다.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며 민주당을 향해 재차 중재안 재협상을 요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여야가 어떤 정치적 사안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국민 의견보다는 우선될 수 없다”며 “국민 뜻에 맞춰가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이날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중재안 내용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제한한 것으로 ‘완전한 검수완박’”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애초 중재안은 검찰의 별건 수사를 막기 위해 보완수사 범위를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한정했는데 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 4조 1항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196조 2항에 ‘경찰이 송치한 범죄의 경우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 한한다’는 문구를 새로 넣어 보완수사권을 대폭 축소했다는 주장이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