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 무기지원 약속하자 협박
뉴시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5일(현지 시간) “핵전쟁을 비롯한 제3차 세계대전 위험이 심각하고 실재한다. 이는 서방 탓”이라고 말했다.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해 대규모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바로 다음 날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직접 전쟁을 벌일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현재 핵전쟁 위험은 실재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위험을 인위적으로 부풀리려는 세력이 많아 안타깝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나토는 사실상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런 무기는 러시아군에 정당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립 노선을 유지하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이르면 다음 달 나토 가입을 신청한다고 핀란드 일간 일탈레티가 이날 보도했다.
러 “美-나토가 전쟁참여” 규정… 확전 우려
美 “주내 무기지원 패키지 나올것”
러 “지원무기 수송행렬 공격 타깃”
日 겨냥 “美와 훈련 확대땐 보복”
러시아가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향해 “대리인(우크라이나)을 통해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대폭 늘리자 “3차 세계대전” “핵전쟁” 등을 위협하며 사실상 미·나토-러시아 간 직접 전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한 셈이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유럽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다음 달 동시 나토 가입 신청이 현실화되면서 러시아가 전선을 넓히거나 발트해에 대한 핵위협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5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한 것을 사실상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여한 것으로 규정했다. 지원 무기 수송 행렬이 러시아군 공격 타깃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대사는 “미국에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키이우로 향하는 기차에 탄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성공할 때까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26일 독일에서 나토를 중심으로 40여 개국이 참가한 우크라이나 방위 자문 그룹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전날 “러시아군 약화가 미국 목표”라고 밝힌 데 대해 “푸틴의 야심을 물리치기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견해와 일치한다”며 “이번 주 후반 장기적인 (무기 지원) 패키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러시아 간 더 직접적인 분쟁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으로 발트해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핀란드는 28일부터 이틀간 나토군과 해상훈련을 벌인다고 이날 발표했다.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위협했다. NYT는 러시아가 흑해 등지에서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 등을 미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6일 일본에도 미일 해군 연합훈련을 확대하면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