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비어있는 경기 성남 분당갑 지역에 여야 대선 주자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분당갑이 재·보궐선거 격전지로 급부상하며 대선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수성을, 더불어민주당은 탈환을 다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곳을 정치적 고향으로 둔 이재명 상임고문과 20대 국회의원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병관 국회의장 비서실장의 출마설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필두로 윤석열 당선인 특보인 박민식 전 의원의 차출이 거론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분당갑 지역구 의원인 김은혜 의원이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되면서 오는 6월1일 지방선거 때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동시에 진행된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분당갑 지역은 민주당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분당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처음 실시된 14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까지 총 8번의 총선 가운데 7번 모두 보수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그러나 보수의 텃밭으로 불렸던 분당갑에서도 한때 민주당 지지도가 앞섰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권혁세 새누리당 후보가 전략 공천됐지만, 김병관 민주당 후보에 크게 패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김은혜 미래통합당 후보(50.06%)가 김병관 후보(49.34%)를 불과 0.72%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김은혜 의원은 당선 다음 날 지역구를 돌며 “미리 당선 인터뷰까지 했는데 갑자기 역전돼 개표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대 대선을 계기로 다시 보수세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분당갑·을 지역구 전체에서 윤 당선인이 55.0%의 득표율을 보여 이 상임고문(42.34%)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반발과 대장동 논란 등에 다시 보수세가 강해졌다는 평이다.
민주당에서는 바로 옆 분당을 지역에 거주 중인 이 상임고문의 출마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상임고문이 분당갑 지역을 발판 삼아 차기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역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병관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만만치 않게 차기 당권과 대권을 모두 노리는 안 위원장이 분당갑 지역에 출마하기에는 명분과 실리가 부족하다는 관측도 있다. 공동정부를 약속한 안 위원장이 백의종군해 지원 유세할 경우 추후 당권 도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일단 인수위원장 역할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 대신 윤 당선인의 특보인 박민식 전 의원의 차출설도 나온다. 윤 당선인의 득표율이 비교적 높았던 점을 박 전 의원이 십분 활용하면 분당갑에서의 승리를 굳힐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오는 6월1일 지방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지사와 함께 분당갑 보궐선거도 양당 간에 양보 없는 전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