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19년 12월 전 세계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뒤 국경에 관계없이 확진자, 격리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방역수칙 및 관련 지침과 관련해서 광범위한 정신의학적, 사회적 영향을 받았다.
감염병 유행과 같은 글로벌 재난 상황은 불안, 공포,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방역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사회적 활동 제한, 경제적 어려움, 잘못된 정보로 인한 낙인과 차별은 개인의 스트레스,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불신과 갈등을 증가시킨다.
특히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사람 외에도 격리를 경험한 사람들과 확진자 가족 등 대규모 인구 집단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도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언론의 잦은 코로나19 관련 정보 전달로 인해 짜증, 불안 및 우울이 가중되고 있다.
집단적인 불안감과 우울 증가로 인한 자살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살을 생각했거나 시도한 비율은 2016~2019년 1.3%였던 것이 2020년에 1.8%로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감염병 판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인해 개인의 정신 건강 관리에 치중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집단의 정신 건강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의 재난 정신건강시스템은 대상자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한 정신건강평가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각 군은 각각 접근 특성이 다르다. 확진자와 격리자, 확진자 가족, 재난 대응종사자, 취약계층, 일반 시민들은 각각 다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집단 특성이 맞는 맞춤형 정신 건강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확진자 및 격리자는 고립감 혹은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스트레스, 불안, 우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판데믹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취약 계층의 생활고(苦)로 이어져 정신건강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취약계층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일반 국민에 비해 항우울제 처방이 약 50%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이러한 판데믹 상황은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지지망 해체를 가져온다. 정신건강의학적 개입을 할 때 어떤 취약계층을 우선 순위로 지원할 것인지 근거 자료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건강영역과 다르게 정신건강은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요인과 강하게 연결되어 작용한다. 단순히 정신질환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별 사람들의 신체건강과 사회 환경학적 요인, 의료이용의 접근성 등을 포괄적으로 측정하고 판단하는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가와 공공영역에서 이러한 코로나19 이후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많은 개입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활동들에 대한 효과 평가 및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개인에서부터 지역사회 및 전체 사회에 이르는 층위별(level) 체계적 접근이 앞으로 공공 정신보건적인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 국가별 사회적 거리두기 및 의료적 대응방식의 차이를 고려하고, 개인에서 지역사회 및 전체 사회에 이르는 층위별 체계적 접근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코로나19의 정신건강은 비단 감염병 유행시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판데믹이 끝나고 난 이후 일반인이 겪을 수 있는 정신건강 문제도 예측하고 관리해야 한다. 2015년 한국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 확진자 정신건강은 그 당시보다 유행 종료 1년 이후에 더 악화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현재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더라도 확진자와 격리자 등 정신건강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이후 우울증 악화 등 더 큰 문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약한 코로나19 감염이라도 이후 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종료 후에도 정신건강의 악화가 지속될 수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코로나19 이후의 정신건강 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추적 관찰과 모니터링이 필요한 분야임을 시사한다.
정선재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