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한국 대형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도전이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단기간에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모바일 게임, 특히 확률형 뽑기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해외 대형 게임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트리플A급 콘솔 대작 게임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리니지'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엔씨소프트는 오랜만에 '리니지'를 벗어난 PC, 콘솔용 신작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TL(Throne and Liberty)'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으며, 크래프톤은 ‘콜 오브 듀티’, ‘데드 스페이스’ 등으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가 설립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의 신작 공포 게임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 펄어비스도 해외 대형 게임쇼에서 주목받은 ‘붉은사막’, ‘도깨비’ 등의 게임을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TL (제공=엔씨소프트)
아직 개발 단계인 만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이지만, 콘솔 게임 불모지 소리를 들을 만큼 콘솔 게임 시장을 외면하고 있던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을 다시 주목하게 됐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이처럼 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던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해외 콘솔 시장 진출을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마케팅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반면에 차세대 게임기의 등장, PC 부품 가격 폭등 등으로 인해 콘솔 게임 시장은 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게임의 주요 진출국이었던 중국 시장이 꽉 막힌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게임의 비중이 높지 않고, 콘솔 시장 규모가 큰 서구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콘솔 게임 개발이 필수인 상황이다.
펄어비스 붉은사막 (제공=펄어비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률형 뽑기로 대표되는 페이투윈 게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 이유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확률형 뽑기에 대한 법적 제재 움직임이 나올 정도이며, 국내에서도 윤석열 당선인이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확률형 뽑기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기존 매출 구조에 안주하고 있다가는 규제의 타겟이 될 뿐이다. 콘솔 게임을 시도하지 않은 게임사들도 NFT(대체 불가 토큰), P2E(Play to earn) 등 매출 구조 변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펄어비스 도깨비 (제공=펄어비스)
실제로 최근 출시된 국산 게임들을 보면 새로운 도전 대신 과거 온라인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확률형 뽑기 게임 등 매출 증가에만 집중하면서, 기술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내 게임사들이 매출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가장 효율이 좋은 모바일 게임에 집중한 것이지, 개발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확률형 뽑기의 대명사가 되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땅 위에서 펼쳐지던 전투를 공중으로 끌어올린 ‘아이온’, 상대의 공격 동작에 맞춰 반격기를 구사할 수 있는 사실적인 격투 액션을 MMORPG에서 구현한 ‘블레이드&소울’ 등 가장 앞선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으며, 펄어비스도 해외 대작 게임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은 그래픽과 연출을 갖춘 ‘붉은사막’과 ‘도깨비’ 영상으로 해외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콘솔 게임들도 싱글 플레이 게임의 한계를 느끼고, 다수의 이용자들이 함께 즐기는 멀티 플레이 콘텐츠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멀티 플레이 콘텐츠와 서버는 한국 게임사들이 가장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 (제공=크래프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한국 게임사들의 콘솔 게임 개발이 단순한 시도가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 각종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한 변화라는 점이다. 과거 스마트폰 초창기에도 PC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한계를 느끼고 모바일 게임 시장에 전력을 쏟아부은 게임사들 덕분에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전 세계 3위 규모로 뛰어오를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이룩한 바 있다.
한국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도전이 많이 늦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동안 신뢰를 받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 게임사들이 콘솔 시장에 전력을 쏟으면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지켜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남규 기자 rai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