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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훈련기 충돌사고는 ‘인재’…“경로변경 후 통보안해”

입력 | 2022-04-27 17:23:00


1일 오후 1시36분쯤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야산에 공군 훈련용 전투기(KT1) 2대가 추락한 가운데 사고 현장 인근에 파손된 기체 파편이 떨어져 있다. 뉴스1

지난 1일 경남 사천에서 공군 KT-1 훈련기 2대가 비행훈련 중 충돌해 4명이 순직한 사고는 선도 비행하던 다른 훈련기 조종사가 경로변경 통보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군은 27일 “공중 충돌 및 추락 사고의 주원인은 비행 경로 이탈로, 사고 당시 관제사들도 훈련기들의 이상 경로를 바로잡지 않은 과실이 드러나 관련자들을 문책위원회에 회부해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 발생 직후 사고조사단을 구성해 현장 조사, 비행기록장치 분석, 당시 임무 조종사와 관제사 진술, 기체·엔진, 비상탈출장치 등 잔해 조사, 상황 재연 및 검증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을 심층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공군에 따르면 경남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선 이달 1일 오후 1시 32분경 KT-1 훈련기 2대(1·2번기)가 편대비행 훈련을 위해 10초 간격으로 이륙했다. 비행 교수가 조종하는 1번기를 학생 조종사의 2번기가 맨눈으로 보면서 따라가는 시계비행 훈련을 위한 것이었다.

두 훈련기 이륙 후 35초 뒤엔 다른 KT-1 훈련기 1대(3번기)가 ‘계기비행’을 위해 이륙했다. 계기비행이란 조종사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살피지 않고 항공기에 장착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것을 말한다.

1일 오후 1시36분쯤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야산에 공군 훈련용 전투기(KT1) 2대가 추락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야산에 기체 파편이 떨어져 있다. 뉴스1

먼저 이륙한 편대 비행조(1·2번기)는 당초 활주로 좌측으로 상승해 기지 북쪽 임무공역을 이동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번기 조종사(비행 교수)는 경로상의 구름을 피하기 위해 남동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경로변경 통보를 하지 않아 2번기는 편대 대형을 유지하며 계속 비행했다.

이런 가운데 계기비행에 나선 3번기는 계획된 경로·고도를 따라 기지 우측 상공으로 선회해 남쪽 임무 공역으로 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3번기도 편대 비행조가 항로를 변경한 사실을 알지 못해 곧 훈련기 3대가 기지 남동쪽 상공에서 근접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번기는 3번기와 부딪히기 직전에 급강하하면서 충돌을 피했지만, 1번기를 뒤따르던 2번기는 3번기를 피하지 못한 채 90도 각도로 충돌했고, 결국 2대 모두 추락했다.

이 사고로 항공기 기체가 여러 조각으로 공중 분해됐고, 2·3번기에 타고 있던 이장희·전용안 비행 교수와 학생 조종사 정종혁·차재영 대위(추서 계급) 등 4명이 모두 순직했다.

훈련기들의 경로 이상을 탐지해 바로잡아야 하는 관제사의 과실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관제사는 조사 과정에서 “기지 인근 넓은 범위의 항공기를 모니터하는 과정에서 KT-1의 경로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고, 이에 간격 분리 등 적극적인 조언을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사고 항공기의 기체 결함이나 사출(탈출)기 작동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순직한 비행 교수들과 학생 조종사들은 비행 도중 충돌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사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충돌 당시 충격 때문에 일부 조종사의 낙하산이 펴지긴 했지만 비상탈출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군은 경로를 변경하면서 이를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1번기 비행 교수와 관제사, 지휘 책임자를 문책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또 모든 조종사·관제사를 대상으로 유사 사고 재발 방지 교육을 하고, 비행 절차를 개선해 위험한 수준으로 근접 비행하지 않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공군은 “순직한 비행 교수, 학생 조종사의 명복을 빌고 가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국민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