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로 논란 커져
“돈과 권력을 가진 억만장자들이 이제 말(word)까지 쥐려 한다.”
세계 1위 부자인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하자 억만장자들의 미디어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이사회 의장은 미국 양대 일간지 중 하나인 워싱턴포스트를 소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인스타그램과 와츠앱도 갖고 있다.
○ “글로벌 미디어, 억만장자들 주머니로”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로 테슬라와 우주 기업 스페이스X, 터널 굴착 기업 보링컴퍼니, 뇌과학 연구 기업 뉴럴링크에 이어 5개 거대 기업을 거느리게 됐다. “미국에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디어를 소유한 다른 기업인들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저커버그가 보유한 페이스북은 전 세계 사용자가 29억 명이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세계 최대 검색 플랫폼인 구글을 통해 언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는 사용자가 25억 명이 넘는다.
인도 방송매체 뉴스나인은 26일 “글로벌 미디어가 점점 소수의 억만장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은 미국 의회마저도 사버릴 것”이라고 했다. 저커버그가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 방문했을 때 “페이스북에 유통되는 뉴스를 놓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 가짜뉴스 무분별 확산 우려도
세계보건기구(WHO) 마이크 라이언 보건긴급대응국장은 26일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보건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만연하면 사람들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색인종 차별, 여성 혐오, 극단주의자들의 거짓 주장이 아무 규제 없이 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트위터는 미국 극우진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미세한 로봇을 집어넣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트위터를 통해 확산될 때 제동을 걸었지만 머스크가 이 같은 규제 조치를 할지는 의문이다. 머스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부자세 신설’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어 트위터가 머스크의 ‘정치적 확성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계획을 발표한 뒤 26일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2% 떨어진 876.42달러로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총 1250억 달러(약 158조 원)가 증발한 셈이다. 머스크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