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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층 5명 중 1명은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응답률은 1990년 조사 때보다 2.5배 높아진 것으로, 지금의 청년층인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겪는 좌절감은 86세대(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가 청년일 때 느낀 좌절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28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사회 전환을 위한 과제 연구’에 따르면, 국제조사기관 ‘월드 밸류 서베이’(세계 가치 조사)의 7차 조사(2016~2020년)에서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16~24세 한국 청년의 비율은 20.8%였다. 청년 5명 중 1명은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월드 밸류 서베이의 2차 조사(1990~1994년) 때는 이런 생각을 가진 한국 청년이 8.4%에 불과했다. 2차 조사는 16~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집계한 7차 조사와 달리 29세 이하를 청년으로 분류했지만,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부정적인 인식이 28년 사이에 2.48배나 높아진 셈이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공정성에 대한 생각은) 국가별로 많은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한국의 청년층의 경우 2차 조사에 비해 7차 조사에서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라는 응답의 비율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며 “반면 중국의 청년층의 경우에는 이러한 부정적 응답이 매우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물론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겠으나 이것은 신뢰의 문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되어 있다”며 “우리 사회에서 대인 신뢰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는데,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2013년 71.4%에서 2020년 44.9%로 26.5%p나 감소한 것을 매우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