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대(對) 김진태 ‘빅매치’ 운동권 출신 대 공안검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왼)과 국민의힘 김진태 전 의원
6·1 지방선거 강원도지사 대진표가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과 국민의힘 김진태 전 의원의 ‘빅매치’로 확정됐다. 두 후보는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중량급 정치인인데다 그동안 걸어온 삶의 길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는 점에서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원조 친노 vs 진보 저격수
두 후보는 83학번으로 같은 해 대학에 입학한 것 외에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학번은 같지만 이 의원은 일종의 ‘빠른’ 1965년생, 김 전 의원은 1964년생이다. 이 의원은 원주고, 김 전 의원은 춘천 성수고를 나와 지역 텃밭도 다르다.
무엇보다 이 의원이 연세대 출신의 운동권, 김 전 의원은 서울대 출신의 공안검사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정치인의 길에 들어선 이후에도 이 의원은 ‘원조 친노(親盧)’로 진보의 길을, 김 전 의원은 ‘태극기 부대’와 함께 하는 ‘진보 저격수’로 보수의 길을 걸어왔다.
이 대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2010년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중도하차했던 이 의원이 12년 만에 다시 승리할 수 있을지, 재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이 총선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할지 여부다. 어느 후보든 패하면 정치 생명을 위협받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활을 건 한판 승부일 수밖에 없다.
●3차례 임기 중단 vs 강경 보수 발언 약점
두 후보 모두 적지 않은 약점을 갖고 있다. 이번 대결이 정책 대결보다는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혈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다. 김 전 의원이 경선 승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는 군대 갔다 왔고, 전과도 없다”고 말한 것도 병역면제를 받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정치 생명이 중단됐던 이 의원을 겨냥한 직격탄이다.
이 의원은 지역구인 원주갑을 포기하고 나섰다는 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0년 도지사 출마 시, 2011년 도지사에서 물러날 때를 포함하면 총 3차례 선출직 임기를 마치지 못한 셈이다. 이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의원 임기를 마치지 못해 제 손을 잡아주신 원주시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다”며 힘들었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영동권 표심 누가 사로잡을까
두 후보가 각 당의 대표주자로 확정되기 전인 19, 20일 실시된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양자대결 시 김 전 의원이 46.6%의 지지를 받아 37.3%의 이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운동 기간이 1개월 이상 남은 데다 이 의원이 선거 승부사라는 점에서 이 격차가 그대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 3회, 강원도지사 1회 등 자신이 출마한 4차례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 특히 2010년 강원도지사 선거에 뒤늦게 차출돼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와 맞붙었지만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8.73%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 관심사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강원도민으로부터 54.18%의 지지를 받았다. 41.72%를 득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12.46%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지역 정가의 한 인사는 “이번 선거는 인물론과 함께 대선 이후의 바람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3선 연임하며 강원도정을 이끌어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문순 지사에 대한 평가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