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을 전기 모터로 교체하는 등 개조하듯 복원하는 ‘레스토모드’ 英복원 업체 ‘클래식 모터 카스’… 내구성-신뢰성 높이는 작업 통해 ‘애스턴마틴 불도그’ 완전 복원 시도
3000여 시간을 들인 작업을 통해 복원된 1961년형 재규어 E타입.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공장에서 완성되어 처음 시동을 걸고 움직이는 순간부터 낡기 시작한다. 원래 상태를 한결같이 유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보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미술품처럼 최적의 조건을 갖춘 환경에서 관리하면 좀 더 오래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의 본질은 움직이는 기계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차의 본질적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자동차를 운행하면서도 원래 모습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일에는 대단한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불의의 사고로 부서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수리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고, 큰 비용이 필요하기도 하다.
차 상태에 따라 복원의 수준과 과정은 천차만별이어서 소유주는 복원을 시작할 때 선택과 타협을 해야 한다.
오래된 차들이 활발히 거래되는 외국에서는 전문가들이 차를 살펴보고 판단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소유주가 전문가인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에건 투입할 자본과 노력의 기준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처음 차가 완성되었을 당시 모습으로 완벽하게 복원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엄청난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복원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영역부터 손을 대기 시작해야 한다. 겉모습이나 낡은 내장재를 되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엔진과 변속기 등이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즉, 복원은 선택과 타협의 세계다.
현실적으로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 어렵거나 일상적으로 쓰면서 편리하게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개조에 가까운 복원을 하기도 한다. 이른바 레스토모드(restomod)가 그런 작업이다. 클래식 카의 엔진을 들어내고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얹어 전기차로 개조하는 작업도 레스토모드의 한 가지다. 이 같은 작업은 순수한 의미의 복원으로 볼 수는 없지만, 옛 차의 감성을 현실 세계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새로운 유행이 되고 있다.
최근 완전 복원 사례 가운데 흥미로운 것을 꼽자면 영국의 복원 전문 업체 클래식 모터 카스(Clas
복원 작업 중 임시로 엔진을 설치해 공간을 확인하고 있는 애스턴마틴 불도그. 클래식 모터 카스(Classic Motor Cars) 제공
이후 애스턴마틴은 1984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자에게 불도그를 팔았지만 첫 주행에서 고장났고, 이후 수리되지 않은 채 여러 차례 다른 주인에게 넘겨지다가 조용히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그러던 2020년, 현재의 소유주가 클래식 모터 카스에 완전 복원을 의뢰하면서 불도그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애스턴마틴 불도그의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복원된 불도그는 주행에 관련된 부분들은 물론이고 원래 차체색과 호화로운 내장재도 옛 모습을 되찾았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40여 년 만의 첫 시험주행에서는 시속 162마일(약 261km)을 기록해 목표했던 시속 200마일 돌파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다만 우리나라는 자동차 역사만큼이나 복원에 관한 문화·산업도 역사와 경험이 짧다. 이에 작업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고 수준도 천차만별이어서 제대로 된 복원 사례는 접하기 어렵다.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자동차 역사가 길고 문화적으로 발전한 지역에서는 그 스펙트럼이 훨씬 더 넓다. 오랜 경험과 깊은 문화적 배경 때문에 복원에 관한 개념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고 관련 산업도 탄탄하다. 다른 분야들처럼 자동차 복원 역시 먼저 경험하고 환경을 갖춘 곳들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영역이다.
류청희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