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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는 그 자유를 위해 싸울 사람들이 있기에 모든 침략자 앞에서 모든 역경을 견뎌낸다. 20세기 그리고 21세기 매들린 올브라이트보다 더 위대한 자유의 챔피언은 없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국립대성당.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올브라이드 전 장관의 장례식에서 추모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붉게 상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선(善)함과 우아함, 인간미와 지성은 세상의 조류를 바꿨다”며 “그의 역사가 곧 미국의 역사”라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추모했다.
지난달 23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체코에서 태어나 나치의 유태계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가정 출신으로 지난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미국 여성 중 가장 먼저 미 행정부 최고위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날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및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미국 유력 정·재계 인물 14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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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추모 연설에 나선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매들린이 언제나 얘기했던 것처럼 자유의 진보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을 유엔 주재 미국대사에 이어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우리 손자, 손녀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느냐는 것이라던 그의 말을 사는 동안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에 이어 여성 국무장관에 오른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도 장례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독재자들이 시간을 끌 때 매들린은 절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매들린은 독재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달팽이 브로치를 달았다”고 했다. 브로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브로치 외교’로 유명했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2000년 미 현직 고위 인사 중 최초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만날 당시엔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성조기 브로치를 달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천국에 있는 천사들은 (그를 맞기 위해) 최고의 브로치를 다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추도사를 마쳤다.
장례식의 마지막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추천으로 33살의 나이에 국무부 차관보에 기용됐던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수지 조지 국무장관 비서실장이 맡았다. 장례식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바이든 행정부 핵심 인물들은 물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고위 인사들도 참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