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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셀프 수몰’ 작전…우크라이나 수도 구했다

입력 | 2022-04-28 15:37:00


댐을 열어 자기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고 러시아군의 진입을 막았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쪽 마을 데미디우가 자기 마을을 스스로 수몰시킨 사연을 소개했다.

홍수가 휩쓸고 간 것처럼 마을은 아직도 물에 잠긴 상태이고 주민들은 젖은 가구나 수건을 햇볕에 말리려고 이곳저곳에 널어놓았다.

광활한 밭이 물에 잠기고 군데군데 작은 연못이 생기고 도로가 진구렁으로 바뀌면서 러시아 탱크는 이 마을을 통과해 키이우로 진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마을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초기에 귀중한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수 십 채의 집이 물에 잠겼지만 마을 주민들은 키이우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보다 더 기쁠 수 없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개전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세인 전력을 극복하기 위해 자기 영토를 폐허로 만드는 전략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진행했다.

데미디우가 개전 이틀만에 마을을 스스로 수몰시킨 것처럼 다른 곳에서도 러시아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다리와 철도, 공항을 폭파했다. 전국에 걸쳐 300개 이상의 교량이 파괴됐다.

이렇게 길목을 황페화 시키는 전략이 러시아군의 키이우 진격작전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리를 파괴하고 러시아군이 강을 건너려고 고무보트를 타면 곧바로 우크라이나군의 박격포가 정밀타격에 나섰다.

이런 일이 전쟁 첫날부터 벌어졌고 현재는 돈바스 전투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전략으로 국토의 기간 시설이 엄청나게 파괴됐는데 러시아군 역시 작전에 따라 다리와 철도, 공항, 유류 저장고를 마구 파괴하는 바람에 전쟁 이후 복구비용은 85억 달러 (약 10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기간시설을 파괴할 일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책임은 모두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한다.

댐을 연지 두 달이 넘었는데 마을은 아직도 물에 잠겨있어 주민들은 고무보트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주민들은 마을의 피해에 비해 전략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키이우 북쪽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이 지체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가능해졌고 러시아군을 격퇴할 수 있었다.

이 ‘셀프 수몰’작전 덕분에 키이우를 지킬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장악했던 데미디우도 살아남았다.

러시아군이 마을을 수시로 정찰했지만 전쟁의 최전선은 우크라이나 남부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마을을 장악했던 한 달 간 주민 6명이 처형됐지만 전투가 치열했던 부차에서처럼 집단학살은 모면할 수 있었다.

물에 잠겨 연못처럼 변한 정원을 바라보던 주민은 “벼를 키워도 되겠네‘라고 농담을 던졌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