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휘날리고 있다. 2022.4.18/뉴스1 © News1
고발인이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못하게 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수정안을 두고 법조계에서 “독소조항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할 수 있는 당사자에서 고발인을 제외했다. 지금은 범죄 피해자인 고소인과 범죄사실을 알게 된 제3자인 고발인 모두 경찰 불송치 처분에 불복해 검사의 판단을 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법안이 시행될 경우 시민단체, 정당, 국가기관 등이 고발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사건이 경찰에서 암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수사에서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원의 장애인 성폭력 사건,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역시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 제3자 고발로 수사가 개시된 사건이었다. 대검찰청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동학대를 목격하고 경찰에 고발한 이웃주민이나 선생님, n번방 사건을 신고한 시민,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비리 내부고발자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이의신청을 못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은 고발인의 이의제기에도 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할 경우 고등검찰청에 항고하거나,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는데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이 역시 불가능해진다. 대검은 이에 대해 “헌법상 재판청구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명백하다“고 밝혔다.
박형철 대구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국내 최대 규모 소방설비업체에서 성능 조작을 통해 인증을 받은 제품을 판매했다는 (내부 고발) 사건을 수사했다. 경찰이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고발인의 이의 제기에 따라) 객관적 증거를 찾아나갔고 피의자 구속 후 해당 업체는 모든 제품을 리콜했다”고 썼다. 박 검사는 “이의신청이 없었다면 고발인들은 내부고발자로 낙인 찍혀 업계를 떠나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