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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온라인 중계 유료화’ 약될까, 독될까 [기자의 눈/전남혁]

입력 | 2022-04-29 03:00:00

전남혁·산업1부


‘유료화를 통한 콘텐츠 질 향상이 먼저냐, 가입자 확보 위한 진입장벽 해소가 우선이냐.’

12일 국내 대표 스포츠리그인 K리그가 온라인 중계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파트너십 계약에 따라 쿠팡플레이는 다음 달 5일부터 K리그를 생중계한다. 특히 내년부터는 쿠팡플레이가 독점 중계를 하면서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무료로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

국내 프로스포츠가 OTT에서 단독 중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포털 무료 중계를 계속하다간 중계권료 수입을 높일 수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며 “중계권료를 높여 늘어난 수익을 바탕으로 K리그 품질을 향상시키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쿠팡플레이도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해 충성 고객군을 넓히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 이후 K리그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오갔다. 유료화로 얻은 수익 등을 통해 전체적인 경기의 질이 향상될 수 있으리란 기대가 나왔다. 반면 유료화로 진입장벽이 높아지면 K리그의 활성화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K리그 중계 유료화 논란은 시각을 넓혀서 보면 최근 글로벌 OTT 시장에서 안고 있는 고민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유료화를 통한 콘텐츠의 가치 향상과 무료화 및 요금 인하를 통한 가입자 확보 중에 무엇을 더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글로벌 OTT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 급성장했지만, 전 세계적 방역 완화로 이제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현지 시간) 업계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는 10년 반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가 줄었다고 발표했다. 주가도 폭락해 발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43억 달러(약 67조1700억 원)가 증발했다.

가입자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자 콧대 높던 OTT 업체들이 앞다퉈 요금 인하를 고려 중이다. 넷플릭스는 19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에서 광고를 포함한 요금제 출시를 시사하고, 디즈니플러스도 2022년 말 미국을 시작으로 광고 지원 구독을 도입해 2023년까지 전 세계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답은 아직 알 수 없다. 콘텐츠에 투입한 노력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필요하고, 이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기 위해선 유료화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선 자칫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콘텐츠의 가치와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남혁·산업1부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