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하니 촉(蜀)으로 가는 길, 가파르고 험난하여 다니기 어렵다지.
얼굴 앞으로 홀연 산이 치솟고, 말머리 사이로 구름이 피어난다고.
그래도 꽃나무가 잔도를 뒤덮고, 봄 강물은 촉의 도성 감돌며 흘러가리.
(見說蠶叢路, 崎嶇不易行. 山從人面起, 雲傍馬頭生. 芳樹籠秦棧, 春流요蜀城. 昇沈應已定, 不必問君平.)
―‘촉으로 가는 친구를 전송하며(송우인입촉·送友人入蜀)’ 이백(李白·701∼762)
예부터 중국의 서남부 쓰촨(四川)성 일대를 촉, 장안에서 촉으로 통하는 길을 촉도라 불렀다. 촉은 이백의 고향이기도 한데 시 ‘촉도난(蜀道難·촉으로 가는 험로)’에서 그는 촉도를 ‘푸른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렵고’, 온갖 맹수가 득시글거리는 험지라고 소개한 바 있다. 바로 그 험지로 가는 친구를 전송하는 자리에서 시인은 촉도의 풍광을 묘사하면서 친구의 앞길에 대한 염려와 위로를 담았다. 인생살이에 대한 낙관적인 충고와 함께.
촉도가 얼마나 험악한가. 절벽을 가로지르는 잔도(棧道)를 걷다 보면 눈앞에 홀연 산이 나타나고, 말이 구름 속을 뚫고 지나기도 한다고들 하더군. 내 이미 그곳 지세를 잘 알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말하더군. 그곳으로 떠나는 자네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너무 기죽진 말게. 잔도를 뒤덮은 꽃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우며, 굽이굽이 도성을 감도는 봄 강물은 또 얼마나 반짝이겠는가. 이 천혜의 선물을 허투루 지나칠 순 없지. 벼슬살이의 부침에도 안달복달할 거 없네. 어차피 운명은 정해져 있으니 점괘가 용했다는 한나라 엄군평(嚴君平) 같은 점술가는 아예 찾지 말게. 시인의 격려가 마치 자신의 경험담이자 자기 다짐 같기도 하다. 공명에 집착하지 않고 눈앞의 난관에 조바심치지도 말라는 푸근한 격려에 친구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으리라.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