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프로그램 설치, 증거-위치 수색 디지털 성범죄 신속대응 가능해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온라인 수색 활동의 적법성 검토와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도입 준비에 착수했다.
온라인 수색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컴퓨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몰래 해킹한 후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해 범죄 증거와 위치 정보 등을 빼내는 수사기법이다.
최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르는데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둔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렵다 보니 온라인 수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범죄자들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외부와 차단해 놓은 범죄 정보에 수사기관이 접근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해킹’ 기술이 요구된다”며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색이 자칫 과도한 사생활 정보 수집과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현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실장은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을 막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수색, n번방 같은 범죄에 신속대응… 기본권 침해 우려도
경찰, ‘합법적 해킹’ 도입 검토
기존의 압수수색-감청 등 수사, 고도화되는 디지털 범죄 대응 한계
범죄 피의자 폰에 감시 프로그램, 실시간 대화-소재 파악도 용이
과도한 사생활 정보 수집 가능성, 개인정보 수집 요건 법제화 등 필요
당시 경찰은 ‘n번방’ 가입자 신원을 파악하는 데 적잖은 시간을 들였다. 피의자들이 사용한 텔레그램 메신저의 서버가 해외에 있다 보니 압수수색을 통한 강제수사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찰은 주범을 검거한 후에야 압수한 스마트폰의 통신 기록을 조회할 수 있었다. 이후 영상을 공유받은 가입자들의 통신 기록과 일일이 대조해 가면서 수사를 확대했다.
하지만 경찰이 검거 전 피의자들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했다면 가입자들이 대화방에서 누구와 어떤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어떤 대화를 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한 경찰 사이버수사관은 “주범들의 스마트폰을 선제적으로 해킹했다면 성착취물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인들의 소재 파악도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 “디지털 범죄 ‘갑옷’ 뚫을 ‘무기’ 필요”
온라인 수색은 한마디로 ‘국가기관이 하는 합법적 해킹’이라고 할 수 있다. 방식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악성코드를 심어 금융 및 개인정보를 빼내는 ‘스미싱’ 범죄와 비슷하다.압수수색은 범행이 벌어지고 시간이 흐른 뒤 이뤄지기 때문에 전자기기에서 증거가 이미 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색을 하면 범행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빼낼 수 있다.
또 기존 감청 수사로는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만 확인할 수 있지만, 온라인 수색은 몰래 녹화·녹음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현장 영상을 확보하거나 대화를 녹취하는 것도 가능하다. 범죄자들이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서버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도 직접 범행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기본권 보호 장치 전제돼야”
하지만 온라인 수색이 국가기관의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국가인권위원회 위탁 연구를 수행한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작성한 보고서에서 “온라인 수색 도입으로 침해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수색이 먼저 도입된 독일의 경우 명확한 법 규정 없이 시행하다 2017년 엄격한 적용 요건을 법제화했다. 반드시 온라인 수색 영장을 받아야 하는데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영장을 내주지 않도록 했다. 대상 범죄도 아동 성착취물 유포·소지, 내란죄, 테러단체조직죄 등으로 한정했다. 또 수집된 정보는 법원이 검토한 후 수사기관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수색 도입 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건 분명하다”며 “한국에 도입할 경우 먼저 수색의 정당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