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오른 두산은 올 시즌도 KS를 향한 ‘가망 있는’ 경쟁을 하고 있다. 29일 현재 13승 9패, 3위로 상위권 경쟁을 하고 있다.
한 팀이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해가 바뀌며 잘 하던 선수들이 나이가 들어 예전만 못해질 때가 있고, 주축이나 코칭스태프들은 잘 하는 팀의 노하우를 조금이라도 얻으려 하는 다른 팀들의 주요 타깃이 된다. 2015년부터 두산이 매년 쉬지 않고 겪은 상황이다. 선수든 감독이든 ‘두산 출신’ 없는 팀을 찾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때마다 두산은 내부 육성을 통해서든,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를 잘 지명해 전력누수를 잘 메워왔다.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9년 만에 주전 자리를 꿰차고 맹활약 중인 김인태. 동아일보 DB
지난시즌까지 두산 외야의 주전으로 활약한 박건우가 26일 NC 유니폼을 입은 뒤 처음 잠실구장에서 친정팀과 경기를 치르며 팬들 앞에 인사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건우가 NC로 이적하며 오랜 세월 2군 생활을 해온 김인태에게 기회가 생겼다. 동아일보 DB
김태형 두산 감독도 같은 생각이다. 김인태의 활약에 대해 “특별히 달라진 건 없다. 오랜 경험이 쌓이면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거 같다”고 했다. 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팀 내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김인태를 아예 리드오프로 내세우는 중이다. 부담이 될 만도 하지만 마치 준비됐다는 듯 1번 타순에서 타율 0.341(41타수 14안타), 출루율 0.449로 맹활약 중이다.
10년 가까운 2군, 1군 백업 생활을 해온 데 대해 김인태는 “그동안 성을 쌓고 있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포기하고 싶을 때 “조금만 버티자”는 주변의 격려에 10년 가까이, 다쳐도 ‘못 뛸 정도’가 아니라면 참고 뛰다 아픔에 둔감해질 만큼 버틴 세월을 ‘성 쌓기’로 비유한 것이다. 덤덤한 목소리로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제법 단단하게 쌓아 올렸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그 성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주는 일이 남았다”고 덧붙였다.
2019년 10월 1일 NC전에서 4-5로 뒤진 8회 2사 1루에서 동점을 만드는 적시 3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김인태. 정규시즌 마지막이던 이 경기에서 대타 김인태의 활약을 발판삼아 역전승을 거둔 두산은 한때 9경기 차까지 뒤지던 SK(현 SSG)를 제치고 극적으로 정규시즌 1위에 올랐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동아일보 DB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