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 만나 이동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세계가 우크라이나 국민의 결의와 회복력을 존경하고 있다"라며 "현장에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여기 왔다"라고 말했다. AP뉴시스
미국이 러시아의 동남부 총공세에 맞서 ‘최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에 총력 지원 태세를 갖췄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지원용 330억 달러(약 42조 원) 추가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 금액은 전쟁 전 우크라이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규모이고, 개전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34억 달러의 약 10배다. 파병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참전 수준 지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핵전쟁’을 언급하며 서방 개입을 경고한 러시아와 미국의 ‘대리전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美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 더 비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자유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싸움 지원을 위해 이 예산안이 필요하다”며 “싸움 비용이 싸지는 않지만,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는 더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330억 달러는 무기와 탄약 등 군사 지원 200억 달러(약 25조 원), 경제 원조 85억(약 10조7000억 원) 달러, 인도적 지원 30억 달러(약 3조8000억 원) 등으로 구성됐다.
미 하원도 이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 지원을 위해 적용한 무기대여법 개정안을 초당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이 법은 미국이 외국에 무기를 원조할 때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간소화해 사실상 실시간, 무제한 무기를 지원할 수 있게 한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 즉시 발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루마니아 폴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과 관련해 “그들이 침략의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원유나 가스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유럽 동맹국을 돕기 위해 한국 일본 카타르 등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총력 지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일을 다시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대신 전쟁을 치르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러시아 침략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러軍, 유엔 사무총장 방문 키이우 공격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이 끝난 직후 러시아군이 키이우 셰브첸키프스키 지역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구테흐스 총장이 묵고 있는 호텔 근처에도 한 발이 떨어졌다. 인근 25층짜리 건물 1, 2층이 일부 파괴됐고 10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에 따르면 구테흐스 총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전쟁을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