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6일만에… 마스크 없이 산책한다 내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50명이상 집회-경기 관람땐 착용 정부 “실외 마스크 프리선언은 아냐”… 인수위 “결정의 과학적 근거 불명확”
되찾아가는 일상 29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고 있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실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뿐 아니라 등산, 운동, 산책 등 야외 활동을 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다음 달 2일부터는 마스크 없이 등산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야외 결혼식이나 야유회에서도 서로 얼굴을 보며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2020년 10월 13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생긴 지 566일 만의 일이다. 이날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7일 격리를 제외하면 일상 대부분이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다음 달 2일 0시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다고 29일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번 결정의 이유로 “6주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방역 상황과 일상회복에 대한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 실외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있다. 5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 공연 관람, 스포츠 경기 관람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이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현재처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확진자가 5만 명, 사망자가 100명 이상 나왔다”며 “어떤 근거로 실외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는 것인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방역 성과의) 공(功)을 현 정부에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의) 시기나 방법에 대한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전국에서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 53곳 중 5월 초까지 12곳만 남기고 없애기로 했다. 5월 1일부터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온라인 판매도 재개된다.
‘마스크 해제’ 놓고 新舊권력 갈등
인수위 “5월 하순 판단” 2일뒤… 정부 “내달 2일 실외 해제” 발표
김부겸 “전문가 논의 거쳐 결정”… 인수위는 “재확산시 대응책 있나”
정치권 “노마스크, 방역 성공 상징… 文-尹 모두 선언 주체되길 원해”
이제 실외 마스크 해제까지… 기대와 우려 교차 정부가 다음 달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한 가운데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마스크 없는 캐릭터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선 경찰이 대낮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따라 다음 달 29일까지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진행한다. 양회성 yohan@donga.com / 인천=홍진환 기자
다음 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공식 해제하는 정부의 결정을 두고 정부와 인수위가 또다시 맞섰다. 정부는 방역 상황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새 정부를 대표하는 안 위원장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다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공공기관 인선,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을 두고 충돌했던 신구(新舊) 권력이 정권 이양을 불과 10여 일 남겨둔 시점에도 갈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
○ 양쪽 모두 “전문가 의견 수렴한 입장”
정부는 그동안 다음 주부터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었다고 보고 일상회복을 준비한다는 차원이다. 하지만 안 위원장은 27일 ‘코로나19 100일 로드맵’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실외 마스크 해제 시기에 대해 “5월 하순 정도에 상황을 보고 판단하려 한다”고 말했다. 양측의 계획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다음 달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한다”고 선언했다. 현 정부가 미래 권력인 인수위 측의 뜻을 수용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존 정부의 계획대로 밀어붙인 것. 김 총리는 “이번 결정은 전문가 분석, 세계적 흐름을 감안해 정부 내 치열한 논의를 거쳤다”며 “무엇보다 2년간 방역에 협조해주신 국민들의 방역의식을 믿었다”고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실외 마스크 방역 조치에 대해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즉각 “과학 방역에 근거해 내린 결정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했다.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향후 재확산 및 확진자 수 증가 시 어떠한 정책적 대응 수단을 준비하고 이번 조치를 발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도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며 “정부 결정에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인수위와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날 정부의 결정에 대해 “정치 방역”이라는 성토가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실외 마스크 해제를 둘러싼 신구 권력의 갈등이 종국엔 정치적 득실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마스크 해제는 일상으로의 회복과 방역 성공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상징”이라며 “문재인 정부도, 윤석열 정부도 각자 자신들의 집권 시기에 ‘마스크 프리’를 선언하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 취임식 임박에도 잦아들지 않는 신구 권력 갈등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신구 권력의 갈등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3·9대선 이후 양측은 공공기관 인사 문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등을 두고 극심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