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쳐 회삿돈 600억원대를 횡령한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이 3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며 혐의를 인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양환승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40분가량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 혐의를 받는 우리은행 직원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후 1시43분께 헌팅캡을 눌러 쓰고 하얀색 반팔, 검은색 츄리닝 차림으로 청사 앞에 도착한 그는 ‘회사와 고객에게 할 말 없나’는 질문에는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대답한 채 법원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 외에 ‘횡령액 어디에 썼나’, ‘횡령액 다 쓴 게 사실인가’, ‘자수했는데 혐의 인정하나’, ‘자수한 이유가 뭔가’, ‘동생이 공범으로 잡혔는데 할 얘기 없나’는 취재진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A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오후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던 A씨는 회삿돈 614억원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빼돌린 돈은 과거 우리은행이 주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원금과 이자 등이다. 이란의 가전기업에 돌려줘야 했던 이 자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이뤄지지 못해 우리은행이 관리해왔다.
A씨는 지난 27일 오후 경찰서에 스스로 찾아왔고, 이후 긴급체포된 바 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받는 A씨의 친동생 B씨 역시 전날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B씨는 A씨가 자수한 직후 경찰서를 찾았지만, 공모 등 범죄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진술하지 않고 귀가한 바 있다. B씨는 은행 직원은 아니다.
경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형제의 구체적인 범행과 횡령액 사용처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은 범죄수익추적수사팀 인력을 남대문서에 파견해 이 사건 범죄수익 환수도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