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2000점 넘는 예술작품을 약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위원회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군이 역사·문화 유산을 약탈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19세기 마리우폴 출신 풍경화가 아르히프 쿠인지, 유명 러시아 낭만주의 화가 이반 아이바좁스키 작품과 함께 율법 두루마리, 1811년 복음서 등이 약탈당했다고 설명했다.
페트로 안드리우쉬첸코 위원은 별도 성명을 내 러시아군이 쿠인지 작품 3점을 약탈해갔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 시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작품들은 쿠인지 미술관을 포함해 지역 박물관 세 곳에서 도난당했다. 쿠인지 미술관은 지난달 21일 러시아 공습으로 크게 파괴된 곳이기도 하다.
시위원회 주장이 사실일 경우,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저지른 대량 문화 약탈 첫 사례가 된다.
나탈리아 카푸츠니코바 마리우폴 지역역사박물관장은 친러 매체에 자신이 “전쟁이 끝남에 따라 아이바좁스키와 쿠인지 작품을 러시아군에 건넸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군이 대량 약탈을 저질렀다고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약탈품이 든 소포를 러시아로 보내는 정황이 담긴 영상과 음성 자료도 포착된 바 있으며, 가디언도 러시아군이 조직적으로 약탈을 저지른 사실을 암시하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국가 문화유산을 특정해 공격할 것을 우려해 침공 직후부터 예술 작품과 동상 등 보존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있는 박물관들은 소장 작품을 미상의 장소로 옮긴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독립된 정체성과 언어, 전통을 부인하는 발언을 하자 이 같은 우려는 고조됐다.
한편 마리우폴은 두 달 넘게 러시아군 공격이 이어지면서 도시가 초토화됐다. 러시아군이 도시를 봉쇄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병력 2000명과 민간인 1000명이 아직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