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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지기’ 김수로·강성진, 그리움 담은 막걸리로 돌아온다

입력 | 2022-05-01 12:02:00


2015년 4월, 배우 김수로(52)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 연극을 만난다.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서 그는 오사카 빈민촌 재일 한국인 가족의 삶을 그린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2008년) 같은 작품을 찾고 있던 터였다. 마침내 찾은 연극은 그해 서울연극제에서 우수상, 연출상을 거머쥔 연극 ‘돌아온다’. 공연을 보자마자 오랜 친구인 배우 강성진(51)에게 연락한다. “성진아 네가 꼭 봐야만 하는 연극이 있다.” 마지막 공연 날, 강성진은 만석이던 극장에 겨우 구석의 한 자리를 얻어 연극을 관람했다.

“‘이 공연은 왜 이렇게 느린데 안 지루하지? 왜 이렇게 비어 있는데 꽉 찬 느낌이지?’ 그동안 봤던 연극들과 차원이 다른 정서였어요.”(강성진)

“감동과 코미디가 잘 섞인 한국의 ‘야키니쿠 드래곤’ 같은 작품을 제작하고 싶었는데 ‘돌아온다’를 만난 겁니다. 주저 않고 판권을 구입했죠.”(김수로)

29년 지기인 두 사람은 같이 출연한 작품만 20여 편에 이른다. 영화,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리고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서는 두 사람은 “연기 배우러 이 나이에 아카데미에 갈 수 없지 않느냐”며 “오래오래 배우 하고 싶은 마음에 무대에 선다 ”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그렇게 시작된 연극 ‘돌아온다’가 7일부터 다시 무대에 오른다. 210석의 소극장에서 초연됐던 2018년 때와는 달리 세 번째 공연인 올해는 1000석 규모의 대극장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객석이 다 안 찰까 솔직히 두렵지만 이 작품에 담긴 진심이 많은 관객들에게 통할 거라 믿는다”고 했다.

배경은 ‘돌아온다’라는 이름의 식당. ‘여기서 막걸리를 마시면 그리운 사람이 돌아온다’는 미신이 있는 곳이다. 무심한 듯 손님에게 막걸리를 건네는 남자(강성진 박정철)가 운영하는 식당엔 여러 손님이 찾아온다. 군대간 아들에게 매일 편지를 쓰는 선생(홍은희 이아현), 인근 절에 새로 온 주지 스님(최영준), 집 나간 아내를 기다리는 청년(김수로) 등….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낸다.

“살면서 ‘그립다’란 표현은 잘 안 쓰잖아요. 근데 이 연극을 보고 막걸리를 마시는데 ‘그리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 떠오른 분이 고3 때 돌아가신 아버지였어요. 아버지가 그립더군요. 아무래도 이 작품은 그리운 사람을 찾아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김수로)

“무대 위에서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배우로 30년 세월을 살았지만 ‘컷 연기’를 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선 좀처럼 그런 감정을 느끼기 힘들거든요. 이 작품은 무대에 설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옵니다.”(강성진)

29년 지기인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대 초반 대학생 때였다. 영화감독과 배우를 꿈꾸던 두 청년은 훗날 서로에게 은인이 되어준다. 강우석 감독 연출부였던 강성진은 김수로를 영화 ‘투캅스’(1993년)로 데뷔를, 김수로는 극단 유 소속 당시 강성진을 무대로 이끌었다.

“강성진은 무대에서 훨씬 깊은 배우예요. 그 힘들이 80살까지 배우 하도록 지탱해 줄 겁니다. 아무리 친한들 연기가 안 되면 어떻게 제 자식 같은 작품에 주인공을 시킵니까. 우정만 지킬 거면 제 배역인 ‘청년’하라고 했을 겁니다. 하하.”(김수로)

“김수로는 대중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매력적인 배우지만 제작자로서 자기의 길을 참 잘 찾았어요. ‘돌아온다’ 같은 작품을 알아보고 제작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김수로 같은 제작자가 발굴됐다는 건 정말 경사스러운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강성진)

5월 7일~6월 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7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