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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 소리에 멧돼지로 오인”…소변보던 택시기사 숨지게 한 70대 엽사

입력 | 2022-05-01 17:54:00

뉴시스


북한산자락 도로 인근에서 소변을 보던 택시기사를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으로 쏴 숨지게 한 70대 엽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엽사 A 씨(72)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경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두고 인도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소변을 보던 70대 택시기사에게 엽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운 산에서 멧돼지를 쫓아 내려오다 숲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멧돼지로 오인해 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는 한번에 발사된 탄환 2발에 각각 오른쪽 손목과 복부를 관통당해 쓰러졌다.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5시간 뒤인 지난달 30일 오전 0시 52분경 숨을 거뒀다.

사고가 난 도로변은 민가와 거리가 있어 인적이 드물고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서울멧돼지 출현방지단 소속으로 은평구청 등에 등록된 엽사다. 수렵 관련 사고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람이 통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 근처에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야생생물법 시행규칙은 총기사고 예방을 위해 인근에 사람이 있는지 미리 확인하도록 하고, 인가·축사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총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멧돼지 오인 총격 사고는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김천시 복숭아밭에서 50대 남성이 멧돼지로 착각한 엽사의 총에 중상을 입었고, 2020년 10월에도 충남 청양군 야산에서 멧돼지 사냥을 갔던 40대 엽사가 동료의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