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 ‘퀵커머스 영향’ 첫 실증 분석
서울 영등포역 4번 출구 인근 약 300m 거리엔 과일, 야채 매장과 동네 슈퍼 등이 골목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 ‘B마트 영등포신길점’이 있다. 앱을 통해 주문하면 식료품, 생필품 등을 30분 안에 문 앞으로 배달해주는 물류센터다. 인근 한 마트 직원은 “B마트 서비스가 시작된 후 샴푸, 린스, 휴지 등이 예전보다 덜 나간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 비대면 소비 영향으로 B마트 등 퀵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퀵커머스 출점 후 기존 소매유통업체 매출이 8∼10%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나오면서 유통 규제를 둘러싼 격론이 심화할 전망이다.
○ B마트 출점 후 주변 상권 8∼10%대 매출 감소
산업연구원은 2020년 7월∼2021년 8월 사이 신규 출점한 B마트 5곳(관악 강서 강남 대전 김포) 인근 소매유통업체 총 7만1370곳의 3개월간 신용카드 매출을 비교했다. 그 결과 편의점 ―8.4%, 대기업슈퍼마켓(SSM) ―9.2%, 커피전문점 ―10.6% 매출이 일제히 하락했다. 퀵커머스로 인한 주변 상권 영향을 실증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 “소매유통업으로 봐야” vs “선제적 규제 위험”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퀵커머스를 지금처럼 일반 창고가 아닌 소매유통업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퀵커머스 MFC를 유통산업발전법상 소매유통업태에 포함하는 입법 등이 추진되면 향후 대형마트처럼 영업시간 등의 규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는 퀵커머스 업계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물류창고가 몇 개인지도 파악할 수 없다”며 “당장 고강도 규제를 논의한다기보다는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생 사업을 선제적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업계에서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이 지난해 1조2000억 원에서 2025년 최소 5조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규제로 옭아매는 대신, 중소 유통업계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네 슈퍼들이 공동 물류센터를 운영하며 온라인 신속배달에 대응하는 ‘중소 유통 풀필먼트’ 구축사업이 부천, 포항, 창원 등 3개 지역에서 추진 중이다.
정연승 전 유통학회장(단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단순히 규제를 통해 특정 지역에 못 들어가게 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이 못 된다”며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새로운 커머스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