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해방선언’ 낭독 등 기념행사
1일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서울 종로구 당주동 소파 방정환 선생 생가에서 천도교 중앙대교당까지 행진하던 중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하나.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치어다(위를 향하여 올려) 보아 주시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당주동 소파 방정환 선생(1899∼1931) 생가 터에서 천도교중앙총부가 주관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행사 ‘모도가(모두가) 봄이다’가 열렸다.
어린이 대표 금강우 군(10)이 1923년 발표된 ‘어린이 해방 선언’을 읽자 현장에 모인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귀를 기울였다. 낭독을 마친 금 군은 방정환 선생 분장을 한 배우에게 안겼고 이를 지켜보던 이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금 군의 어머니 오선아 씨(41)는 “어린이 해방 선언을 들으며 아이 입장을 생각 않고 꾸짖었던 일이 생각나 반성했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천대받는 어린이를 사람대접 하자”는 운동을 펼쳤던 방 선생은 1922년 5월 1일 자신이 조직한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일에 다른 어린이운동 지도자들과 함께 ‘어린이의 날’을 만들었다. 어린이날 행사는 일제의 탄압이 거세지며 1938년부터 중단됐다가 광복 후 재개되면서 날짜가 5월 5일로 바뀌었다. 여덟 살 아들과 함께 행진에 참여한 윤재숙 씨(47)는 “어린이날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는 행사라 뜻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100년 전 어린이날 제정 당시 동아일보는 ‘10년 후 조선을 생각하라’는 제목으로 첫 행사를 보도했다. 1925년에는 어린이날 특집 호외를 냈다. 이재선 천도교청년회 회장은 “동아일보는 어린이 운동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며 줄곧 어린이와 함께해 왔던 언론”이라고 평가했다.
행진 후 이어진 기념식에선 역사 어린이 합창단 공연 등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국악인 박애리 씨는 “방정환 선생님은 ‘어린이날은 어린이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모두의 명절’이라고 했다”며 “‘늘 새로워지는 사람이면 모두 어린이’라고 하셨던 방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자”고 강조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