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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무섭고 환상적인 소재 쓰지만 트라우마 등 인간의 본질적 감정 탐구”

입력 | 2022-05-02 03:00:00

프랭크 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
“‘저주토끼’ 읽고 감동과 흥분, 작품 읽은뒤 충격적 기분 느껴
최종후보 오른 건 수상 가능성” 26일 부커상 최종 수상작 발표



프랭크 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 사진 출처 부커상 홈페이지


“정보라의 단편소설집 ‘저주토끼(Cursed Bunny·아작)’는 심사위원들이 그동안 읽었던 다른 소설들과 달랐습니다. 저는 ‘저주토끼’를 읽고 감동했고, 흥분했어요.”

프랭크 윈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심사위원장(60)은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영국에서 번역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저주토끼’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심사위원 5명 중 한 명이다. 그는 “정보라는 환상적이고 무서운 소재를 사용해 소설을 쓰지만 결국 상실, 트라우마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탐구한다”며 “작품을 읽고 난 뒤 강렬하고 충격적인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마술적 사실주의’가 정보라의 작품에선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우리가 사는 세계와 멀리 떨어지지 않는 ‘평행우주’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죠. 그건 공포와 환상이라는 소재를 쓰지만 결국 현실에 사는 인간의 감정을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된 작품을 쓴 한국 작가는 한강에 이어 정보라가 두 번째다. 그는 “영국 출판사들은 최근에야 한국의 위대한 작가들을 알게 됐다”며 “정보라와 한강뿐 아니라 박상영, 배명훈, 황석영 같은 한국 작가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작품들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연달아 오르는 건 한국 문학의 남다른 저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에서 정보라의 작품이 비주류 문학으로 여겨지는 상황에 대해 “한국에선 공포, 판타지, 공상과학(SF) 등 장르소설이 주류 독자들이나 주요 문학상에서 간과되곤 한다”며 “장르문학이 훌륭한 문학이 될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영국 작가 메리 셸리(1797∼1851), 추리소설의 대가인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1809∼1849) 역시 장르문학 작가”라며 “장르문학 작가도 다른 작가들처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한다”고 강조했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수상작은 26일 발표한다. 올가 토카르추크(폴란드)의 ‘야곱의 책들(The Books of Jacob)’, 욘 포세(노르웨이)의 ‘새로운 이름(A New Name)’, 가와카미 미에코(일본)의 ‘천국(Heaven)’, 클라우디아 피네이로(아르헨티나)의 ‘엘레나는 안다(Elena Knows)’, 지탄잘리 슈리(인도)의 ‘모래의 무덤(Tomb of Sand)’이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저주토끼’는 수상이 가능할까.

“심사위원들이 24일 만난 뒤 최종 수상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회의가 끝나기 전까진 저도 수상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6편의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주토끼’가 최종 후보라는 건 수상이 가능하다는 말이죠. 수상을 하든 못 하든 정보라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주시길 바랍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