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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면접, 600여 기업 채용 과정에 도입… 화상인터뷰로 표정-억양 분석해 점수화

입력 | 2022-05-02 03:00:00

‘AI 역량검사’ 체험해 보니
비대면 채용 확산속 활용 기업 늘어
응시자 성향에 지적 역량까지 파악
일부선 탈락 자료로… 영향력 커져



기자가 정보기술(IT) 회사 ‘마이다스인’의 사이트에 접속해 인공지능(AI) 영상 면접을 체험하는 장면. 마이다스인 화면 캡처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나요?”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지난달 26일 인공지능(AI) 영상 면접을 체험하기 위해 정보기술(IT) 회사 ‘마이다스인’의 사이트에 접속하자 이 같은 문구가 떴다. 5분 넘게 기자가 노트북 카메라를 바라보며 주관식 문항 3개에 답하는 장면은 그대로 녹화가 됐다.

답변이 끝나고 1시간 뒤 사이트 화면엔 ‘안정적인 태도와 어투를 활용해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떴다. 이와 별도로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는 더 구체적인 결과가 전달됐다.

기자가 본 영상 면접의 총점은 100점 만점에 70점대 초반. ‘신뢰도’ ‘안정감’ ‘자신감’ 등의 항목은 80점 안팎의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감정전달’, ‘매력도’는 50점대가 나왔다. 기자의 낮은 목소리와 단조로운 억양, 무표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AI가 3만 개의 표정 데이터와 100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를 학습해 응시자의 표정과 목소리를 분석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채용이 확산되는 가운데 AI를 채용 과정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 지원자 검증을 강화할 수 있는 데다 채용 공정성 리스크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채용 과정에 ‘AI 역량검사’를 도입한 기업은 607곳에 이른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GS리테일 현대로템 등 대기업, 건강보험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포함됐다. 마이다스인이 2018년 개발한 AI 역량검사 시스템을 이들 기업이 활용하는 식이다.

AI 역량검사는 크게 ‘성향 파악’, ‘전략 게임’, ‘영상 면접’ 등 3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대부분 기업들이 3개 항목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 성향 파악과 전략 게임은 기존 인·적성 검사와 비슷한 형태로 객관식 문항에 대한 답변 등을 분석해 응시자의 성향과 지적 역량을 파악한다. 영상 면접은 AI가 응시자의 표정과 목소리, 답변 속도, 억양 변화 등을 분석해 응시자의 표현 능력, 자신감, 신뢰도 등을 판단한다. 이를 토대로 지원자의 부문별 점수와 종합 순위 등이 매겨져 인사 담당자에게 전달되고 있다.

아직까지 AI 역량검사를 도입한 기업 대부분은 구직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서’ 정도로 활용하는 단계다.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AI 역량검사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예를 들어 AI가 고객 응대 역량이 뛰어나다고 추천한 지원자가 실제로도 그런지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PC 등 일부 기업은 AI 역량검사 결과가 일정 점수 이하이면 채용에서 탈락시킬 정도로 채용 과정에 미치는 AI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한 대기업에서 AI 역량검사로 탈락한 응시자는 10% 미만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면접에서 드러나는 강·약점이 AI 역량검사 결과와 대체로 비슷하다”며 “서류전형과 면접 사이에 AI 역량검사를 실시해 대면 면접을 볼 지원자를 걸러내고 있다”고 했다.

AI 역량검사가 확산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생 정모 씨(24)는 “AI 면접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며 “불안한 마음에 사설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