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역량검사’ 체험해 보니 비대면 채용 확산속 활용 기업 늘어 응시자 성향에 지적 역량까지 파악 일부선 탈락 자료로… 영향력 커져
기자가 정보기술(IT) 회사 ‘마이다스인’의 사이트에 접속해 인공지능(AI) 영상 면접을 체험하는 장면. 마이다스인 화면 캡처
“인생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나요?”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습니까?”
지난달 26일 인공지능(AI) 영상 면접을 체험하기 위해 정보기술(IT) 회사 ‘마이다스인’의 사이트에 접속하자 이 같은 문구가 떴다. 5분 넘게 기자가 노트북 카메라를 바라보며 주관식 문항 3개에 답하는 장면은 그대로 녹화가 됐다.
답변이 끝나고 1시간 뒤 사이트 화면엔 ‘안정적인 태도와 어투를 활용해 신뢰감 있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떴다. 이와 별도로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는 더 구체적인 결과가 전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채용이 확산되는 가운데 AI를 채용 과정에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면 접촉을 줄이면서 지원자 검증을 강화할 수 있는 데다 채용 공정성 리스크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채용 과정에 ‘AI 역량검사’를 도입한 기업은 607곳에 이른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GS리테일 현대로템 등 대기업, 건강보험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포함됐다. 마이다스인이 2018년 개발한 AI 역량검사 시스템을 이들 기업이 활용하는 식이다.
아직까지 AI 역량검사를 도입한 기업 대부분은 구직자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참고서’ 정도로 활용하는 단계다.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AI 역량검사 결과가 신뢰할 만한 것인지 데이터를 쌓고 있다”며 “예를 들어 AI가 고객 응대 역량이 뛰어나다고 추천한 지원자가 실제로도 그런지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역량검사가 확산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생 정모 씨(24)는 “AI 면접과 관련된 정보가 부족하다”며 “불안한 마음에 사설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