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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국제사회 도움에 전투지역 민간인 총35만명 대피…감사”

입력 | 2022-05-02 07:28:00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야간 정례 TV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침공이 시작된 이후로 러시아와 미리 합의했던 인도주의적 피난통로 덕분에 전투지대로부터 35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철수할 수 있었다면서 국제사회의 도움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피난로 협상은 러시아와의 협상 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지금도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 건 대단히 복잡하다” 라고 말했다.

이 날 마리우폴 일대 주민들이 피난하는 목적지인 우크라이나군 관할 지역 자포리지아에서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공습경보가 이어지는 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정교회의 죽은 사람을 위한 날을 기리기 위해서묘지를 찾아갔다.

가족들과 함께 묘지의 무덤 사이에서 음식을 차려놓고 가족과 함께 한 헤나디 본다렌코(61)는 “ 돌아가신 분들이 살아나서 지금 전쟁을 본다면 ‘이럴 수가 없다. 이건 나치 독일보다 더 악랄하다’고 말할 것”이라면서 죽은 선조들과 옛 코사크 족까지도 이번 전투에 참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의 함락 작전이 실패하자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 공격을 집중하면서 아조우 해의 전략적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초토화시키고 그 대부분 지역을 점령했다. 이 곳은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반도와 가까와서 전략적 목표가 되었고, 지금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만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의 중심이자 민간인대피소로 남아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장교들은 러시아 군이 가는 곳마다 점령지의 모든 병원과 의료기관을 점령하고 의약품과 장비들을 약탈해서 위급한 주민들의 의료혜택을 완전히 박탈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정보국에서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는 하르키우 부근의 볼찬스크에서는 러시아군이 모든 병원을 점령하고 러시아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동안 입원했던 주민들과 폐결핵환자 등이 모두 길거리로 쫓겨났다는 사실이 담겨있었다.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병원 4곳도 러시아의 필요에 의해서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특히 자포리지아 부근의 한 의료시설은 러시아군의 탄약저장소로 징발되어 의료진이 주민들을 더 이상 돌볼 수 없게 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AP는 아직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한편 민간인 추가 철수가 이뤄진 마리우폴에서는 두터운 겨울 외투를 입은 어린이와 노인들이 폭격으로 허물어진 공장 안에서 기어 나와 버스에 오르는 등 철수 장면이 소셜 미디어에 공개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주로 노약자와 여성, 어린이들인 이들이 무사히 나가게 된 것을 국제사회와 구호단체에 감사하면서 월요일인 2일까지 100명이 자포리지아로 이동할 것이라고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서 밝혔다.

이번 수송은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 산하기관들의 협조로 가능했다.

하지만 1일 민간인 수송버스가 떠난 직후부터 러시아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다시 맹렬한 폭격을 재개했다고 제철소의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 아조우 연대의 데니스 슐레가 사령관은 1일 밤 TV인터뷰에서 아직도 제철소안에는 아이들을 포함한 수 백명이 민간인과 500명 가까운 부상병들, “셀수없이 많은” 시신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수십 명이 공장 지하의 참호속에 있다. 한 두 번 더 철수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마리우폴 시내에는 아직도 1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봉쇄에 갇혀 있으며 제철소 안에만도 1000명이 넘는 민간인들과 2000명의 우크라이나군인들이 남아있다.

이 곳에서 추가로 철수가 이뤄진다해도 안전문제는 오직 러시아 군의 손에 달려있다. 우크라이나 관할 지역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군데의 검문소가 있고 통과 여부는 러시아군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