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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비 안낸 22학번 ○○○” 실명 공개한 학생회

입력 | 2022-05-02 09:40:00

A 대학 영어영문학과 학생회 공식 인스타그램


서울의 한 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학생회비를 내지 않은 학생의 실명을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해 논란이다. 이후 학생회 측은 문제의 게시글을 삭제하고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A 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는 지난달 20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중간고사 간식 행사 상품 전달 완료’라는 내용의 공지를 카드뉴스 형태로 게시했다. 그러면서 “중간고사 간식 행사에 참여해주신 총 42분의 학우님들 중 학생회비 미납부로 확인된 3분을 제외한 모든 분께 상품 전달이 완료됐다”고 했다.

이어 학생회비 미납자 22학번 신입생 3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학생회 측은 “영어영문학과 학생회비는 등록금 납부할 때 같이 납부하는 학생회비와 별개”라고 설명했다. 해당 학생회비는 자율 납부 사항이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말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학생들은 미납부자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에 대해 “공개 처형”, “인민재판”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학생회 측은 “학기 시험 기간마다 학생회에서 진행하는 간식 행사는 학우들께서 내준 학과 학생회비로 운영되고 있다”며 “다른 행사 역시 학생회비 납부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참여자를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간식 행사 대상자 확정 과정에서 참여 대상에 부합하지 않은 학우들이 확인됐으며,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학과 SNS를 활용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이름이 공개된 학생들의 불편함을 사려 깊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학생들의 이름을 공개한 글도 삭제했다.

A 대학 영어영문학과 학생회 공식 인스타그램

하지만 몇 시간 뒤 다시 해당 글을 게재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 측은 “삭제하는 것이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학생회 내부 회의를 통해 게시물을 복구했다”며 “입장문을 올린 시점으로부터 30분 후에 다시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히려 해당 글이 더욱 확산하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에 영문과 학생회는 학생회장 명의로 재차 사과문을 올렸다.

학생회장 박모 씨는 “게시글을 삭제 후 복구한 것은 학생회 내부 회의 후 ‘성급한 게시글 삭제가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의견에 따른 것이었는데, 위 과정에서 문제의 게시글이 더 많은 곳으로 유포돼 해당 학우들에게 더 큰 피해를 드리게 됐다”며 “해당 학우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저의 미숙한 조치로 피해를 보신 학우님들과 A 대학 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