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는 ‘셀 인 메이(Sell in May, 5월엔 팔아라)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5월에는 증시가 약세를 나타내기 때문에 보유한 주식을 팔고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최근 국내 증시가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고민이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공포가 커질 수록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는 미국의 긴축 우려와 중국의 봉쇄 조치 장기화 우려 등 다양한 매크로 악재 속에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장중 2591.53 저점을 기록한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현재 2600선 후반에서 불안한 등락을 이어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에도 코스피가 불확실한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완화되겠지만 여전히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달 코스피가 2550선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2550선을 기록한 것은 작년 2020년 11월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노 연구원은 “이 때문에 연준 인사들은 5월 FOMC 이후에도 매파적 언급을 이어갈 가능성 높다”면서 “5월 코스피 밴드는 주가수익비율(PER) 10배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조합한 지수에서 월간 변동성을 고려해 2550~2800포인트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공포를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중국의 봉쇄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축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강화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는 여전하지만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상당 부분 선조정됐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돼도 한국 증시의 상대 낙폭은 견조할 전망”이라면서 “한국은 최근 미국 대비 상대 PER에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변동성 확대 시 상대 낙폭도 견조한 모습이다. 한국 주식시장 PER이 낮아 상대적으로 하락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상대 낙폭이 덜하다는 것은 아웃퍼폼 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연초 이후 지속돼 온 불확실성 변수, 악재들은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고 보며 이 과정에서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시장의 우려가 앞서가 있는 상황”이라면서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는 가격·기간 조정을 통해 그 영향력은 작아질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변동성 확대, 급격한 조정 국면이 또다른 충격 파동의 시작이라기보다는 공포의 극단에서 나타나는 변곡점이라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이 팀장은 “최근 불안한 증시, 채권, 외환시장 흐름 속에 변화의 조짐들이 하나 둘 감지되고 있다. 증시는 전 저점을 이탈하고, 채권금리는 고점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는 멀지 않은 시점에 변곡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이런 흐름이 나올 경우 현재 주가·금리 흐름과 반대되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공포가 커질수록 주식 비중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