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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비번 뭐였더라~’ 흥얼거리며 먹튀” 호프집 사장의 분노

입력 | 2022-05-02 11:18:00


호프집에서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떠난 중년 커플. ‘보배드림’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호프집을 운영해온 자영업자가 50대 커플 손님에게 이른바 ‘먹튀’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술집 운영하는 호프집 사장입니다.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네요’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작은 노가리 가게를 운영한다는 작성자 A 씨는 “지난 수요일(4월 27일) 50대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 가게에 왔다”며 “이들은 맥주와 소주를 시키고 ‘여기는 먹을 게 없다’면서 노가리를 시켰다”고 말문을 열었다.

오후 10시 반부터 가게가 만석이 돼 일에 열중하던 A 씨는 문득 중년 커플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먼저 온 손님을 항상 우선으로 생각하고 장사한 지 2년 차”라며 “중년 커플이 보이지 않았지만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갔겠거니’란 생각에 다른 손님이 오면 돌려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커플은 20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A 씨는 전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더니 도망갔더라”며 “그날 장사는 다섯 테이블을 받고 그렇게 끝났다”고 황당함을 표했다.

호프집에서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고 떠난 중년 커플. ‘보배드림’ 갈무리

A 씨는 “어이가 없어 폐쇄회로(CC)TV를 돌려봤더니 (커플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2분 전부터 정수기에서 물을 떠 마시고, 둘이서 얼굴을 맞대고 속삭였다. 그리고는 여자가 소지품과 옷가지 등을 챙겨 먼저 일어나더라”고 전했다. 이어 “남자는 재킷을 입고 테이블 위에 본인 소지품이 없는 것까지 확인하곤 생맥주 따르던 아르바이트생 옆을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밀번호가 뭐였더라’고 흥얼거렸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A 씨는 새벽 1시경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는 지문 채취를 위해 해당 손님들이 먹던 술병을 따로 빼놔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현장감식반이 술병을 가져갔다. 해당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출받아 겨우 버티며 어떤 손님이 와도 웃는 모습으로 반기려 노력했는데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난다”며 “이번 일로 손님들이 화장실을 가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저 자신이 어이없고 비참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간들은 분명 벌 받아야 한다. 이 사람들이 사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무전취식은 경범죄에 해당해 1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할 수 있다. 음식값을 지불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 상대방을 기만해 재산상 이익을 챙겼을 경우 적용되는 ‘사기죄’ 혐의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