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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김정은, 주한미군 몰아낼 지렛대로 핵개발”

입력 | 2022-05-02 13:46:00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무기 개발과 선제 핵 공격을 위협하는 등 핵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이유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핵 개발에 더 힘 써 김 위원장이 자신의 통치 기간에 북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히는 볼턴 전 보좌관은 이날 군사 전문매체 ‘1945’에 기고한 ‘북한은 왜 핵무기를 원하는가’라는 글에서 “점차 더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김정은이 자신의 통치 기간 내에 한반도 통일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2년간 22차례 탄도미사일을 시험하고, 2017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가 최근 복구 작업에 나선 것을 들어 “김정은은 위협적인 무기 개발과 정치 선전으로 자신의 실제 의도를 감추는 데 게으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중단)을 유지한 의도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은 북한이 앞선 6차례 핵실험을 통해 비축용 탄두 생산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배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이 중단되는 동안 단거리 미사일 실험은 계속됐다”며 “북한은 지금 같은 적절한 시점에 추가 실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쉽게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학습했다”고 평가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정은은 의심할 여지없이 북한의 통상적인 전술로 트럼프를 북한에 유리한 거래로 유인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2017년 6차 핵실험으로 핵탄두 제작 기술을 모두 얻은 만큼 추가 핵실험 대신 경제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한 외교에 나서는 동시에 단거리 미사일 실험으로 언제든 신형 ICBM에 적용할 수 있는 새 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2차례 북미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 “국내 과제에 집중하면서 북한을 최우선 과제 리스트에서 내려놨다”며 “북한에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을 아무 방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자유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부주의에도 김정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 관심이 높아지는 데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 북한 핵 능력은 주한미군은 물론 주일미군까지 철수시키거나 최소한 한미·미일동맹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이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핵 공격을 맞게 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받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김정은은 확실히 이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윤 당선인과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