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립창극단 입단 동기인 두 사람은 창극 ‘춘향’에서 남다른 춤사위를 보여줄 예정이다. 두 사람은 “‘조선시대 춤’ ‘한국무용’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난 현대적인 춤을 출 것”이라며 “정형화되지 않는 날것이 주는 재미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판소리 ‘춘향가’라 하면 보통 춘향과 몽룡 먼저 떠올린다. 사랑가, 십장가, 옥중가, 이별가…. 절절한 창(唱)의 주인은 대부분 두 연인의 몫. 하지만 주구장창 애틋한 사랑과 이별 만 노래하면 금세 지루해지지 않을까. 중간 중간 웃음과 유희를 불어 넣는 방자와 향단이 춘향과 몽룡 만큼 필요한 이유다.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국립창극단의 유태평양(30)과 조유아(35)을 만났다. 두 소리꾼은 4일 개막하는 창극 ‘춘향’에서 소리와 캐릭터, 존재감만큼은 춘향과 몽룡을 압도하는 방자와 향단을 연기한다. “춘향·몽룡 사랑 이야기에 묻혀서 그렇지 방자와 향단은 어려서부터 동네 친구로 자라 서로 티격태격하며 썸 타는 사이일거예요. 서로 좋아하는 걸 동네 사람 다 아는데 둘만 모르는 그런 커플이요.”(조유아)
‘춘향과 몽룡’처럼 ‘방자와 향단’도 입에 붙는 조합이지만 아직 ‘춘향’에 둘의 사랑을 주제로 한 소리는 없다. 다만 극 후반부, 두 사람이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로 유명한 사랑가를 살짝 부르는 대목이 나온다. “대본에 명시된 건 아니지만 공연하면서 저희끼리 나름대로 방자와 향단의 러브라인을 만들게 됐어요. 대놓고 연애까진 아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진 않는 그런 커플이요.”(유태평양)
“고등학생 때 예술제에서 딱 한 번 춘향 역을 한 적이 있었어요. 분장을 하고 무대에 딱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이 다 웃더라고요. 아무리 진지한 역할을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웃어버려요. 근데 전 무대에서 관객들 웃는 얼굴을 보는 게 훨씬 좋더라고요.”(조유아)
“사실 초등학교 5학년 때 쑥대머리 가발 쓰고 춘향도 해봤어요.(웃음) 몇 년 전엔 몽룡도 해봤고요. 근데 전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안 해본 배역은 다 궁금해요. 변학도 역도 탐납니다.”(유태평양)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도 좋죠. 그런데 3~4시간 동안 땀을 빼면서 소리할 때, 나를 보는 저 사람들이 문을 박차고 나갈까 안 나갈까 궁금하거든요. 완창하고 나면 박수가 쏟아지는데 그때 오는 희열은 잊히지가 않아요.”(유태평양)
4~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8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