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권교체로 인한 ‘공수교대’ 후 열린 첫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박 후보자 아들 관련 ‘도덕성 공세’에 집중한 반면 국민의힘은 외교 전문성을 조명하며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불법도박사이트, 페이퍼 컴퍼니 (근무) 등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부합하지 않는 의혹이 있다”면서 장남의 캐나다 소재 도박사이트 운영사 근무 의혹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엔서스(NSUS) 홀딩스가 작성한 투자제안서에는 장남이 임원의 한사람으로, 사업개발부서 책임자로 명시돼있다”며 “엔서스 그룹이 직접 제출한 자료에도 ‘박모씨가 운영 부사장으로 채용돼 근무 중”이라고 전했다.
윤건영 의원은 박 후보자 아들과 딸의 영어 관련 전형을 통해 대학 입학과 취업이 이뤄진 것을 거론하며 “아들과 딸이 세 번에 걸쳐서 제대로 시험보지 않고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한다”며 “이 땅의 고3과 취업준비생이 보는 수능과 수시, 취업 채용을 보지 않고 간 것이 어떻게 보이느냐”고 힐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지적이 계속되자 박 후보자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 제기되고 논란이 된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자세를 낮췄다.
반면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아드님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 소상하게 해명하고 있는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알고 있는 내용을 소상하게 청문 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감쌌다. 이어 “청문회를 잘 통과해서 최근 급변하는 국제정세, 북한 도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심화되는 미중 대결으로부터 대한민국의 국익을 잘 지켜나가는 막중한 임무를 잘 수행해 나가시기를 부탁드려 마지 않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같은당 태영호 의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용산 시대라는 새로운 배경하에 열린다”며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건 과연 용산 새로운 집무실 공간에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장소, 리셉션, 또 용산의 새로운 모습 한미정상회담으로 보여줄 디테일한 의전사항이 있느냐”고 물었다.
현 정권인 문재인 정부 실정을 부각시키는 우회 공격도 나타났다. 김기현 의원은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외교참사들이 많아서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면서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총리 회견에서 인도네시아어 인사한 일, G7 정상회담 사진 논란 등을 거론했다. 또 “특임 공관장을 자리 나눠먹기 인사를 마구 해 인사가 엉망, 망사가 됐다”고도 했다.
김기현 의원은 또 “차제에 임시적 조치일수도 있고 단기적 조치일 수도 있지만 북핵문제가 해결되기까지는 미국 전술핵의 재반입 문제도 검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면서 전술핵 재배치 입장을 물었고, 태영호 의원도 “얼마전에 김정은이 핵 선제 사용 문턱을 대폭 낮췄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한미 사이에 전술핵 공유와 같은 새로운 합의가 도출돼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대단히 많다”고 호응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전술핵 재배치에 관해 (한미 간에)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한국과 미국 간 확장억제 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는 게 현재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정권교체와 함께 인사청문회 첫머리마다 반복된 자료 제출을 둘러싼 신경전도 여야간에 공수가 뒤바뀐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여야 청문위원이 100% 만족한 후보자는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감쌌고, 김기현 의원은 나아가 “이인영 후보자 아들의 스위스 유학 자금 출처나, 병역비리 의혹 자료 제출은 사실 충분히 제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영호 의원은 “이 장관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딱 그정도 수준까진 해야 한다. 박 후보자는 아들 병역 관련 자료는 단 하나도 제출한 게 없다”며 “그 정도의 제출해야지 위원님들이 저한테 얘기하실 수 있는 것이지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