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는 전문 인력의 부족을 끊임없이 호소하지만, 인력난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공 학생 수가 크게 늘지 않은 데다가, 자율주행차와 같은 첨단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전쟁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는 2020년 3월,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신설해 매년 80명의 반도체 전공자를 추가로 배출하기로 했다. 인력난을 해소할 만큼 충분한 숫자는 아니지만, 매년 순수 정원 20~30명 안팎의 반도체 전공자를 배출하던 서울대로서는 전공자를 4배 가까이 더 많이 배출할 수 있게 됐다. 연합전공 신설을 주관한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을 만나 그간의 교육 내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어떤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나
본인의 주전공 외에 반도체를 추가로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지원자격은 학사과정 2개 정규학기 이상을 이수하고 평점 평균 2.7 이상인 서울대 학생이다. 복수전공 개념이지만, 기존 복수전공 제도와 차이가 있다. 기존 복수전공생은 전기정보공학부의 필수 과목을 수강해야 하지만, 연합전공생은 반도체에 맞춤화한 교과과정을 수강한다는 점이 다르다.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모집 공고
—인공지능반도체 전공생을 집중 배출하는 것이 주목표라고 들었다
반도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구분된다. 우리나라가 잘 만드는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른 처리를 담당하는 칩이다. 인공지능반도체는 시스템반도체로도 불리는 비메모리 영역에 포함되는데, 앞으로 우리가 집중적으로 인재를 배출해야만 하는 분야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자율주행차가 목적지로 장애물을 피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으려면, 알고리즘을 구현할 인공지능반도체의 성능이 매우 중요하다. 이 인공지능반도체를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하고 발전시키려면, 시스템반도체 전문인력이 풍성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메모리 반도체 인력 양성을 배제하겠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 정규 교과과정 외에 연합전공에 참여한 학생들이 빠르게 반도체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연합전공 내 비교과과정으로 ‘학생 인턴 연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연합전공 과정에 참여한 학생 중 희망자에 한해 교과과정과 별개로 반도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협업 연구과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개발 경진대회를 열어 수상자에게 해외 우수학회 참가를 지원하거나 학업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실습 중인 연합전공 학생들
—연합전공 향후 계획과 목표는
연합전공에 관한 학생들의 호응은 예상보다 뜨겁다. 첫 학기(2020년 1학기)에는 65명이 지원해 40명을 선발했다. 당시 경쟁률이 1.63:1이었는데, 다음 학기인 2022년 2학기 지원자는 136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서 38명을 선발할 예정으로 경쟁률은 2년 사이 3.58:1까지 올랐다. 매 학기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성과로, 정원을 추가로 확대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연합전공 개설로 반도체를 전공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만큼, 반도체 전문인재를 지도할 수 있는 교수도 풍성히 배출됐으면 한다. 반도체 전공생을 추가로 모집해도 이 학생들을 지도할 교수가 부족하다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계에 전문인력이 부족하지만, 학계에도 반도체 전공생을 지도할 교수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지도자 과정에 관심있는 학생이 있다면 이 또한 적극 지원하겠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반도체 전문인재가 다양하게 배출되려면,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반도체는 더욱 깊숙하게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든다. 자동차의 창문을 올리고 내리는 단순 작업에도, 밥솥의 밥을 몇 분이나 조리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에도 반도체가 쓰인다. 실제로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신차를 주문해도 출고까지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지 않나.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