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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얼굴이 많이 남아 있구나. 맞네. 맞아….”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경찰서 7층 직무교육장. 박정옥 씨(가명·43)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테이블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들은 달려가 박 씨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박 씨가 “방송사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나가보려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미안해하자 큰 언니(49)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손을 꼭 잡았다. 또 “널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73)는 “명절 때 너 생각이 특히 많이 났다. 앞으로는 서로 오가면서 자주 만나자”며 박 씨 얼굴을 어루만졌다. 35년 만의 가족모임에선 회한과 반가움의 눈물이 수십 분 동안 이어졌다.
발견 당시 박 씨는 부모 이름과 자신의 이름만 기억할 뿐 정확한 성과 생년월일을 알지 못했다. 1979년 12월생으로 올해 43세인 박 씨는 보육원에 입소하면서 1981년 3월생으로 등록됐고,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어리게 살아왔다. 박 씨는 “가족의 품이 그리웠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다보니 가족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4년 전 부산에 정착한 박 씨는 올 2월 부산진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 “가족을 찾고 싶다”며 자신의 유전자(DNA)를 등록했다. 경찰은 ‘박정옥’이란 이름과 ‘1980년 전후 6년간 출생’ 등을 키워드로 입력해 박 씨로 추정될 수 있는 인물 556명을 찾아냈다. 이어 가족관계가 기록된 제적등본과 실종 장소 등을 대조해 박 씨 부모일 가능성이 높은 6명을 추려냈다. 이후 경찰은 직접 조사에 나서 박 씨의 어머니가 과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임을 최종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박 씨와 어머니, 두 언니 및 남동생의 극적인 가족상봉이 성사됐다.
부산진경찰서는 올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56년 전 헤어진 자매를 연결해 온라인 상봉 행사를 열었다. 이 경찰서 관계자는 “수십 년 전 가족을 잃어버린 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이들이 신고한다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가족을 찾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