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이 어느 때보다 명확해진 지금, 학교는 그 뿌리를 교육할 책임이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고등학생 윤성주 군(17·사진)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앵무새 죽이기’를 이야기해 봅시다’라는 칼럼을 실었다. 윤 군이 다니는 캘리포니아주 버뱅크고교가 주인공이 흑인 노예와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이유 등으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책 5종을 금서(禁書)로 지정한 뒤였다. 두 살 때 부모님과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민 온 윤 군은 이 칼럼에서 “단순히 책이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적인 언어를 담고 있다고 해서 금서로 지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묘사나 언어가 인종차별 정서를 불러일으킨다며 특정 도서를 학생이 읽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 빈번하다. 문제는 고전이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작품이 목록에 든다는 것. 하퍼 리 명작 ‘앵무새 죽이기’를 인종차별 언어가 쓰였다며 금서로 지정하는가 하면 존 스타인벡 ‘생쥐와 인간’도 주인공이 인종차별적 욕설을 한다며 교육 도서 목록에서 사라졌다.
윤 군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민 1세대인 부모님과 나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그렇다고 책을 (독서 목록에서) 없애는 대신 읽고 논의하며 공론 장을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군은 최근 아시아계가 미국에서 ‘증오 범죄(hate crime)’ 피해를 입는 일에 대해 “일부의 무지와 인종차별적 발언을 제외하면 내가 조직적인 차별을 당한 적은 없다”면서도 “내 어머니, 할머니 나이의 아시아계가 희생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내년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해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윤 군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문화가 미국사회에 완전히 포함된다고 느끼기는 어렵다”며 “정치인이 되서 불평등, 소득격차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