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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수위 ‘청년 1억 통장’… 재원대책 안 보이고 형평성도 의문

입력 | 2022-05-03 00:00:00

김소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청년도약계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청년 지원용 장기금융상품을 새로 만들어 기존 금융상품과 연계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저소득 청년에 대해선 내년에 신설되는 10년 만기 ‘청년장기자산계좌’와 현행 3년 만기 ‘내일저축계좌’에 동시에 들 수 있게 하고 지원금도 많이 주는 반면 고소득 청년에게는 지원 규모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명 ‘1억 통장’으로 불리는 청년도약계좌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주는 정책은 필요하다. 문제는 상당수 고소득 청년들이 지원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관련 예산이 대폭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대로라면 이 사업에는 한 해 최소 7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든다. 매년 새로운 청년층이 유입돼 가입 대상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인수위는 필요 시 별도 기금을 설치한다지만 예산 규모가 얼마나 될지,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조차 모르는 깜깜이 상태다.

무엇보다 청년지원 금융상품은 소득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자산형성지원사업이 통상 근로 의욕을 높이려는 취지로 가입 대상을 돈 버는 사람으로 제한한다지만 일자리도 못 구한 실직자의 박탈감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더욱이 만 35세 이상인 저소득층이 ‘1억 통장’의 혜택에서 제외됨에 따라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경기 침체로 고용시장이 침체되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는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한계 상황의 청년층이 넘쳐나고 있다. 실제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는 24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고,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20대 다중채무자는 36만 명에 이르렀다. 당장 생계에 위협을 받는 청년들이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에서 소득 수준이 높은 청년에게까지 ‘1억 통장’을 만들어 주는 정책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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