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외마스크 의무 해제 첫날
566일 만에 공원서 ‘노 마스크’ 점심시간을 맞은 시민들이 2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날부터 해제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로 외부 활동을 하는 모습이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감염 위험이 여전한데 마스크 벗기가 좀 꺼려져서요.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서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니고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거닐던 A 씨(75)는 마스크를 쓴 채 한강을 배경으로 부인과 사진을 찍었다. A 씨는 “오늘부터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마스크는 쓸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강공원에서 마주친 시민 대부분은 A 씨처럼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10명에 한 명도 안 됐다. 한강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조모 씨(33)는 “여자 친구가 아직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어 혹시 감염될까 걱정돼 마스크를 계속 쓰고 다닌다”고 했다.
○ “썼다 벗었다 하느니 그냥 쓸래요”
야외 마스크 해제 첫날인 2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코로나19의 불안감으로 직장인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잠실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안모 씨(34)는 “집을 나올 때만 해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출근길 직장인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안 하고 다니면 괜히 눈치가 보여 당분간 마스크를 하고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주변 사람들 시선이 신경이 쓰이는지 마스크를 벗고 있다가 다시 착용하기도 했다.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 첫 날인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을 찾은 직장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산책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충남에서 서울을 찾은 김모 양(17)은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그런지 마스크를 벗는 게 좀 어색하다. 같은 반 친구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후 8시경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부근을 지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퇴근길이라는 직장인 최모 씨(31)는 “오늘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녔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마스크를 계속 썼다. 남들이 벗을 때 같이 벗으려고 한다”고 했다.
○ 기온 오르자 ‘탈(脫)마스크’ 늘어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체 첫 날인 2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 청계천변 노천 카페를 찾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 관악산 등산로 입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벗은 채 발걸음을 재촉하던 이일영 씨(72)는 “어제까지 숨이 가쁘더라도 주변 눈치가 보여 마스크를 벗기가 힘들었는데 이젠 눈치 안 보고 벗고 다녀도 된다”며 환영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이 영상 21도까지 오르면서 도심에서도 낮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광화문 인근에선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야외에서 마스크를 내린 채 커피를 마시고 대화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남건우 기자 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