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집 가다 가족 잃은 박정옥씨 올초 경찰에 유전자 등록 도움 청해 경찰, 등본-DNA검사 통해 확인
35년 전 가족과 헤어져 홀로 살아온 박정옥(가명·왼쪽) 씨가 경찰의 도움으로 가족을 찾았다. 2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열린 상봉 행사에서 박 씨가 어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산=뉴스1
“어릴 때 얼굴이 많이 남아 있구나. 맞네. 맞아….”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경찰서 7층 직무교육장. 박정옥(가명·43) 씨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테이블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들은 달려가 박 씨를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쏟았다.
박 씨가 “방송사 가족 찾기 프로그램에 나가보려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며 미안해하자 큰 언니(49)는 “괜찮아. 괜찮아”라며 손을 꼭 잡았다. 또 “널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 태웠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어머니(73)는 “명절 때 네 생각이 특히 많이 났다. 앞으로는 서로 오가면서 자주 만나자”며 박 씨 얼굴을 어루만졌다. 35년 만의 가족 모임에선 회한과 반가움의 눈물이 수십 분 동안 이어졌다.
발견 당시 박 씨는 부모 이름과 자신의 이름만 기억할 뿐 정확한 성과 생년월일을 알지 못했다. 1979년 12월생으로 올해 43세인 박 씨는 보육원에 입소하면서 1981년 3월생으로 등록됐고, 실제 나이보다 두 살 어리게 살아왔다. 박 씨는 “가족의 품이 그리웠지만 정확한 정보가 없다 보니 가족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4년 전 부산에 정착한 박 씨는 올 2월 부산진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 “가족을 찾고 싶다”며 자신의 유전자(DNA)를 등록했다.
경찰은 ‘박정옥’이란 이름과 ‘1980년 전후 6년간 출생’ 등을 키워드로 입력해 박 씨로 추정될 수 있는 인물 556명을 찾아냈다. 이어 가족관계가 기록된 제적등본과 실종 장소 등을 대조해 박 씨 부모일 가능성이 높은 6명을 추려냈다.
이후 경찰은 직접 조사에 나서 박 씨의 어머니가 과거에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파악했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임을 최종 확인했다. 그리고 이날 박 씨와 어머니, 두 언니 및 남동생의 극적인 가족 상봉이 성사됐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