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청 문대용-NH농협은행 문혜경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문대용-혜경 남매가 2020년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당시 경북 문경 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동아백년 파랑새’를 든 채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둘은 동아일보기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정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동아일보DB
《동아일보기 전국소프트테니스(정구)대회가 올해로 창설 100년을 맞았다. 1923년 제1회 전조선여자정구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는 국내 최초이자 최고(最古) 단일 종목 대회다. 소프트테니스 종주국인 일본에도 이보다 더 역사가 긴 대회는 없다. 6일 경북 문경국제정구장에서 막을 올리는 제100회 대회를 맞아 정구인들의 꿈을 함께 좇는 ‘동아일보기 100년’ 시리즈를 싣는다.》
문대용(29·문경시청)은 “무서웠다”고 말한다. 일곱 살 때 나뭇가지에 찔린 오른쪽 눈을 열네 살 때 또 찔렸다. 이제는 낮이면 하얗게, 밤이면 까맣게 보이는 게 전부다. 그는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석 달 동안 방황했다.
문대용은 “정구가 너무 싫었다. 한쪽 눈으로 움직이는 공을 보고 쳐야 하니 라켓에 공을 맞히기도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때 백현식 코치가 ‘꿈을 가지라’고 그를 다독였다. 문대용은 일기장에 “국내 최고의 중학생 정구 선수가 되겠다”고 썼다.
문대용이 이 꿈을 이룬 건 이듬해인 2007년 열린 제85회 동아일보기 대회였다. 원래 동아일보기는 여자 선수만 참가할 수 있던 대회였지만 이해 처음으로 남중부 경기를 진행했다. 문대용은 모교 문경중에 우승 트로피를 안긴 데 이어 복식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남중부 초대 챔피언 출신 문대용 눈 다쳐 운동 끊고 방황했지만, 남자부 신설 소식에 맘 다잡아… 이때 배운 긍정의 힘 지금까지
‘정구 선수가 되지 않았다면 선생님이 됐을 것’이라는 문대용은 “나도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붙잡아 주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대용의 영향으로 처음 꿈을 이룬 사람은 친동생 문혜경(25·NH농협은행)이다. 먼저 운동을 시작한 오빠 뒤를 따라다니다가 정구 선수가 된 문혜경은 이제 한국 여자 정구 ‘대장’(에이스)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 준비로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문혜경은 “팀 관점에서는 아시아경기보다 동아일보기가 더 중요한 대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구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아니라 다른 종목보다 아시아경기가 차지하는 위상이 더 높다.
오빠 따라 라켓 잡은 문혜경 팀 관점에선 가장 중요한 대회… 2019년 전종목 석권했는데 단체 우승컵은 꼭 찾아올 것
이어 “오빠와 오랜만에 동아일보기에 함께 출전하는데 서로 힘을 내서 둘 모두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 후 3년 만에 다시 동아일보기 무대를 밟게 된 문대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그동안 개회식도 없고 무관중으로 대회를 치렀는데 올해는 원래대로 돌아간다니 더욱 설렌다. ‘세계 최고 정구 선수’라는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꼭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