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공방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1일 차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대화하기 위해 구두 뒤꿈치가 닳도록 뛰어다니겠다”면서 “민주당에는 저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굳이 국무총리를 하셔서 권력과 명예, 돈까지 다 가져야 속이 후련하시겠냐.”(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그렇게 좋다는 모든 것을 버리고 제가 총리 지명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다.”(한덕수 총리 후보자)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사청문회 ‘슈퍼위크’ 첫날인 2일 민주당과 한 후보자는 각종 의혹과 쟁점을 두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를 향해 “전관예우의 끝판왕”이라며 파상공세를 폈지만,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총리 인사청문회를 치르는 한 후보자도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인 해명을 펼쳤다.
○ 민주당 “韓, 전관예우·회전문 인사 끝판왕” 맹공
이날 청문회에서는 한 후보자를 둘러싼 법무법인 김앤장 고액 수임료 등이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공직과 김앤장을 수차례 오간 한 후보자의 경력을 문제 삼아 “회전문 인사 군계일학(群鷄一鶴)”(김의겸 의원) 등의 표현을 써가며 파상공세를 펼쳤다.또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인사 청문에 필요한 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병원 의원은 “범칙금 내역, 주택자금대출 내역, 주민등록지 변동 현황에 대해 개인정보 제공 미동의로 제출을 거부하는 게 정상적인가”라며 “국회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했다.
청문회 말미에는 ‘책임총리’ 문제를 갖고 국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강 의원이 윤석열 정부 첫 내각의 주요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을 거론하며 “책임총리로서 이런 인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한 후보자가 “한 번도 제가 책임총리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게 도화선이 됐다. 강 의원은 이에 한 후보자의 언론 인터뷰 등을 언급하며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韓 “나가도 너무 나갔다” 정면 반박
한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김앤장 고문 경력을 문제 삼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후배 공무원들한테 단 한 건도 전화를 하거나 부탁을 한 게 없다”며 “(김앤장 고문으로 일한 것은) 소위 공공외교를 하던 것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고 했다. 또 외국계 기업과 맺은 임대차 계약과 관련해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총리) 인사청문회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나왔다”며 “그때 다 검증됐다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부인의 ‘남편 찬스’ 의혹에는 “배우자는 거의 프로”라며 “집사람은 제가 공직에 있을 때 단 한 번도 전시회를 안 했다. 제 덕을 보려 했다면 제가 공직에 있을 때 전시회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는 언쟁에 가까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와 론스타 간 국제투자분쟁 과정에서 한 후보자가 론스타에 유리한 진술을 했다는 민주당 이해식 의원의 주장에 “정말 잘못 이야기하신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고, “한 후보자가 김앤장 고문으로 있는 것만으로도 현직에 있는 공직자들은 설설 기게 된다”는 강 의원의 주장에도 “나가도 너무 나가신 것”이라고 맞받았다. 다만 김앤장 고액 수임료 논란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