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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년 전 지하세계 관장 ‘믹틀란테쿠틀리’ 첫 한국 방문

입력 | 2022-05-03 03:00:00

국립중앙박물관 ‘아스테카’ 특별전
韓-멕시코 수교 60주년 맞아
‘태양의 돌’ 등 유물 208점 선봬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시에서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아스테카 신 ‘믹틀란테쿠틀리’의 소조상(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아스테카의 원형 석조물 ‘태양의 돌’을 3차원으로 형상화한 조형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이 망자를 놀라게 하려는 듯 두 손을 높이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높이 176cm, 무게 128kg의 거구지만 입을 벌려 웃는 표정은 무섭기보다 천진난만하다. 13∼16세기 멕시코 중앙고원에서 번성한 아스테카 문화의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이다. 아스테카인은 인간이 지하세계에서 나온 거인의 뼈로 창조됐다고 믿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다고 믿은 것.

멕시코에 2점만 현존하는 믹틀란테쿠틀리 소조상이 3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한-멕시코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과 독일 린덴박물관 등 11개 해외 박물관 소장품 208점을 선보인다. 아스테카는 마야, 잉카와 더불어 중앙아메리카의 3대 문명으로 꼽힌다.

총 5부로 구성된 전시는 1521년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 전까지 아스테카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1부에서는 아스테카의 걸작 ‘태양의 돌’을 재현한 3차원(3D)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태양의 돌은 16세기 초 아스테카 왕 목테수마 2세가 제작한 지름 358cm, 두께 98cm, 무게 25t의 대형 원형 석조물이다. 3D 조형물 위에 생명의 원천인 태양을 지키기 위한 희생제의 영상을 투사한다. 2부 ‘아스테카의 자연과 사람들’에서는 곡물을 손에 쥔 옥수수의 신 ‘실로넨’ 조각상 등 바람과 곡물을 형상화한 토착 신을 만나볼 수 있다.

3∼5부에서는 아스테카 최대 도시 테노츠티틀란의 위엄을 선보인다. 14∼16세기 테노츠티틀란의 전경을 묘사한 그림을 배경으로 거대한 ‘독수리 머리 석상’이 전시돼 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한 테노츠티틀란에는 4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한 20만 명이 모여 살았다. 독수리 머리 석상은 도시 중심부 신전의 건물 외벽을 장식한 조각상으로 아스테카 문화에서 태양을 상징한다.

‘템플로 마요르’ 신전에서 2015년 무렵 나온 봉헌물 80여 점이 발굴 후 처음으로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다. 북, 호루라기 등 악기를 본뜬 석조물과 제사용 토기 위주다. 고고학자들은 아스테카 신화에서 예술의 신을 상징하는 ‘소치필리’에게 바치는 일종의 제물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템플로 마요르 신전은 1521년 스페인 정복자 코르테스에 의해 파괴됐지만 1978년부터 시작된 발굴 조사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8월 28일까지. 3000∼5000원.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