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나이로 불혹이지만, 부활 찬가를 부르고 있다. SSG 랜더스 좌완 불펜 요원 고효준(39) 이야기다.
고효준은 올 시즌 7경기에서 8이닝을 던지며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삼진 11개를 잡는 동안 볼넷을 2개만 내주며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피안타는 단 1개다.
특히 지난달 29일과 30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각각 1⅔이닝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1점차 승리에 힘을 더했다.
4월 30일 두산전에서는 한층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SSG는 2-1로 앞선 6회초 선발 오원석을 내리고 박민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박민호는 1사 후 허경민에 2루타를, 강진성을 볼넷으로 내보내 1사 1, 2루의 위기에 놓였다.
후속타자 안재석의 차례가 오자 SSG 벤치는 고효준을 투입했다. 안재석을 삼진으로 처리한 고효준은 김재호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줘 만루를 만들었지만, 정수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을 막아냈다.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고효준은 안타 1개만 내주고 위기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효준은 SK 와이번스(현 SSG),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2021년 LG 트윈스에서 뛰었다.
고효준은 LG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고, 1군에서 3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결국 시즌 뒤 방출 통보를 받았다.
강력한 현역 연장 의지를 드러낸 고효준은 입단 테스트를 거쳐 SSG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지만 친정팀 복귀나 다름없었다. 고효준은 SK가 2000년대 후반 왕조를 구축했을 때 주축 불펜으로 뛰었다. 2016년 7월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SK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다.
김 감독은 “고효준이 한국 나이로 40세지만, 건강 상태가 좋다. 몸 상태와 구위에 큰 문제가 없다”며 “40세의 나이에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고 공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라고 강조했다.
고질적인 문제였던 제구를 잡은 것도 고효준이 호투를 펼치는 비결이라는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고효준이 늘 제구에 불안요소가 있었다. 제구 불안이 고효준을 따라다니는 꼬리표였는데 최근 제구가 안정됐다. 20, 30대와 비교해 구위는 조금 떨어졌을 수 있지만 아직 시속 145㎞의 직구를 뿌리고, 제구가 안정되면서 직구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효준의 제구가 안정된 계기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직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하도록 주문했다.
롯데에서 뛰던 2020년 고효준의 직구 비율은 우타자 상대 69%, 좌타자 상대 63%였다. 슬라이더는 우타자 상대 23%, 좌타자 상대 30%였다.
지난해 LG에서는 직구 비율이 좌타자 상대 81%에 달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56%였다. 슬라이더는 우타자 상대 32%, 좌타자 상대 15%였다.
올해에는 수치가 정반대다. 직구보다 슬라이더를 더 많이 던진다. 슬라이더 비율이 좌타자 상대 73%, 우타자 상대 45%인 반면 직구 비율은 각각 23%, 29%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직구가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2스트라이크 전까지는 변화구 위주로 던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시범경기 때 배터리 코치와 투수코치를 통해 주문을 했다. 배터리 코치를 통해 고효준과 호흡을 맞추는 포수에게 2스트라이크 전까지 무조건 변화구 사인을 내도록 했다. 투수코치를 통해서는 고효준에게 고개를 흔들지 말고 포수 사인에 따라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처방은 효과를 봤다. 김 감독은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고효준도 제구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면서 “슬라이더, 체인지업 각도 등을 보면 타자들이 상대하기 쉽지는 않은 투수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제구 불안 때문에 벤치 신뢰를 못 얻었다면 지금은 믿음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