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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김선욱 “스페인의 신비한 매력 들려드립니다”

입력 | 2022-05-03 10:59:00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판당고 춤곡에서 동양적 향기, 투우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는 알베니스의 ‘이베리아’를 들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빈체로 제공

피아니스트로, 지휘자로.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양쪽 영역 모두 음악팬과 평론가들의 지지를 구축하고 있는 김선욱이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8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다. 슈베르트 네 개의 즉흥곡 D899(작품 90), 알베니즈 ‘이베리아’ 모음곡 제 2권, 리스트 소나타 B단조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마포 리사이틀은 선우예권 박재홍 등 피아니스트 6명이 이어가는 올해 ‘M소나타 시리즈’의 첫 순서다. 지난주 미국 미네소타 교향악단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기 위해 미네소타에 있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김선욱’이라고 하면,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조형적인 작품들을 먼저 떠올리는 팬이 많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프로필 사진도 이유일까요. 그런데 이번 선곡은 한층 ‘색채적’인 선택인 듯 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지휘한 바도 있지만 즉흥곡집에서 나타나는 감각적인 느낌과는 다르고요.

“저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제가 베토벤이나 브람스만 연주해오지 않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청중들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고 제가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곡들이죠. 중심은 알베니즈였습니다. 스페인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닐 때, 그 나라의 적막하면서 화려한 듯한 분위기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이 신비하게 느껴졌죠. 알베니스 ‘이베리아’ 전 4권 중 청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2권을 선택했습니다. 알베니즈를 공부하면서 그가 리스트에게서 짙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스트를 경배했고, 그의 피아노 기법을 동경했죠.”

빈체로 제공

―‘악마적’이라는 평이 있는 리스트의 곡 중에서도 그의 유일한 피아노 소나타를 택했는데요.

“2006년 세종체임버홀 개관 때, 또 제 대학 졸업연주와 여러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입니다. 10대~20대의 제 삶에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이 곡이 가진 통일성과 다섯 개 주제가 가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 두 곡으로 시작해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춰보다 보니 ‘노래적’인 곡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슈베르트의 즉흥곡집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로 보여드릴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피아노 앞과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는데, 지휘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라기보다는 제 자신 지휘라는 영역에서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피아노든 지휘든 음악에 대한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음악은 딱 연주를 하는 그 시간에 불타오르고는 사라지죠. 연주자든 청중이든 그 순간이 휘발되면서 가슴이 촉촉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연주라고 여깁니다.”

빈체로 제공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업과 다른 취미를 갖기 마련인데, 예외적으로 ‘취미도 음악듣기’라고 들었습니다.

“연주를 위해 어느 도시를 갈 때 처음 찾아보는 게 제가 있는 동안 어떤 콘서트가 열리나, 악보점은 어디인가, 음반은 어디서 살 수 있나 같은 것들입니다. 다른 음악애호가들과 비슷하죠. 최근 운동을 해야겠다 싶어서 집에서 런닝머신을 하는데,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더군요.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운동했습니다. 메트오페라 라이브, 메디치TV 같은 채널들도 즐겨 봅니다.”

예술의전당 3만~10만원, 마포아트센터 3만~6만 원. 1544-1555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