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은 “판당고 춤곡에서 동양적 향기, 투우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는 알베니스의 ‘이베리아’를 들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빈체로 제공
―‘김선욱’이라고 하면,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조형적인 작품들을 먼저 떠올리는 팬이 많습니다. 차분해 보이는 프로필 사진도 이유일까요. 그런데 이번 선곡은 한층 ‘색채적’인 선택인 듯 합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을 지휘한 바도 있지만 즉흥곡집에서 나타나는 감각적인 느낌과는 다르고요.
“저를 오래 봐오신 분들은 제가 베토벤이나 브람스만 연주해오지 않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청중들을 잘 설득할 자신이 있고 제가 자연스럽게 칠 수 있는 곡들이죠. 중심은 알베니즈였습니다. 스페인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닐 때, 그 나라의 적막하면서 화려한 듯한 분위기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매력이 신비하게 느껴졌죠. 알베니스 ‘이베리아’ 전 4권 중 청중에게 다가가기 좋은 2권을 선택했습니다. 알베니즈를 공부하면서 그가 리스트에게서 짙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리스트를 경배했고, 그의 피아노 기법을 동경했죠.”
빈체로 제공
“2006년 세종체임버홀 개관 때, 또 제 대학 졸업연주와 여러 콩쿠르에서 연주한 곡입니다. 10대~20대의 제 삶에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이 곡이 가진 통일성과 다섯 개 주제가 가진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이 두 곡으로 시작해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춰보다 보니 ‘노래적’인 곡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슈베르트의 즉흥곡집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피아노로 보여드릴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피아노 앞과 포디엄(지휘대) 위에서 두 가지 삶을 살고 있는데, 지휘자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목표라기보다는 제 자신 지휘라는 영역에서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피아노든 지휘든 음악에 대한 진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음악은 딱 연주를 하는 그 시간에 불타오르고는 사라지죠. 연주자든 청중이든 그 순간이 휘발되면서 가슴이 촉촉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 연주라고 여깁니다.”
빈체로 제공
예술의전당 3만~10만원, 마포아트센터 3만~6만 원. 1544-1555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