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인권위 홈페이지 캡처
최근 방송, 인터넷 등에서는 ‘주린이’, ‘헬린이’ 등 특정 분야에 갓 입문한 사람을 어린이에 빗댄 표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표현은 아동을 비하하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기관의 공문서 등에 ‘O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의견을 표명했다고 3일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에게는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O린이’라는 표현이 쓰이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는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인권위에는 ‘어떤 것에 입문했거나 실력이 부족한 사람’을 ‘O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아동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라는 취지의 진정이 제기됐다.
인권위는 피해자가 특정되거나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아동 비하 표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부에 의견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는 “여러 분야에서 ‘O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아동이 권리의 주체이자 특별한 보호와 존중을 받아야 하는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아동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와 같은 표현이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돼 아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가 사회 저변에 뿌리내릴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아동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유해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O린이’라는 표현이 공공기관의 공문서, 방송, 인터넷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도록 관련 홍보, 교육, 모니터링 등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관계 기관에 표명했다.
국립국어원 역시 “차별적 표현의 정의와 범위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O린이’가 차별적 표현인지 아닌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져야 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