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 후반으로 뛰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로 치솟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유가가 급등했고 전기요금 인상, 세계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이 겹치며 물가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정부도 당분간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해 서민 가계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8%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에 3%대로 올라선 뒤 5개월 연속 3%대를 유지했다. 올해 3월 4.1%로 4%대로 올라서면서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게 올랐고 지난달 오름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 물가를 끌어 올린 건 역시 기름 값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전체 물가 상승률의 4.1%포인트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와 가공식품이 각각 34.4%와 7.2% 올랐다. 이 품목들이 포함된 공업제품 물가상승률은 7.8%로 집계됐다. 석유류 중 휘발유(28.5%), 경유(42.4%),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9.3%)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서비스도 3.2% 올랐다. 외식 등이 포함된 개인서비스가 4.5% 올랐고 공공서비스도 0.7%, 집세는 2.0% 올랐다. 특히 외식은 6.6% 올라 1998년 4월(7.0%) 이후 최고치로 집계됐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5.7%나 올라 2008년 8월(6.6%)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물가의 기조적 추세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올라 상승률로 보면 2011년 12월(3.6%) 이후 가장 높았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상당폭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전기·가스·수도 가격 오름폭이 확대됐다”라며 “물가 상승 폭이 전월보다 0.7%포인트 확대된 것은 석유류, 전기·가스요금 오름폭이 커진 데 주로 기인한다”라고 했다.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도 물가 오름세를 꺾을 만한 수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어 심의관은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광장히 높다”라며 “당분간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요 선진국 물가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영향으로 없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요국 물가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등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서민 생활 물가 안정이 그 어느 현안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